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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報 TV토론 결산]이광형/선거토론 새장 열었다

입력 | 1997-08-30 20:17:00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있었던 3당 대통령후보초청 TV토론회를 보면서 문득 30년전 중학시절의 일이 떠올랐다. 교생실습을 나온 대학4학년 선생님을 골탕먹이기 위해 친구들과 짜고 수업시간에 어려운 질문을 했다. 교생선생님이 당황하면 회심의 미소를 짓다가도 선생님이 화를 낼까봐 무서워 더이상 후속질문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다. 지난 몇차례의 토론회에 비해 이번 토론회는 선거문화의 발전을 위해 진전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첫째, 백화점식으로 여러가지를 질문해 시간에 쫓기던 종래의 방식을 탈피하고 주제를 사교육비와 경제회생, 그리고 21세기 비전의 세가지로 한정해 심층토론을 가능케 했다. 둘째는 비교적 젊은 질문자들이 전투적인 자세로 임해 후보들과 어느 정도 논쟁을 시도해봤다. 셋째는 합동토론의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동안에는 미리 선정된 동일한 질문을 세 후보에게 해야 했기 때문에 나중에 출연하는 후보가 유리하다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토론 전에 각 후보에게 따로 질문해 녹화해 두었다가 방영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밖에도 정해진 세가지 주제 사이사이에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현안들을 다루는 융통성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일부 질문자들은 질문의 보조자료를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시했다. 이는 후보자와 시청자 모두 질문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첨단기술을 이용해 발전하는 토론의 한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몇가지 아쉬웠던 점들을 지적하면서 앞으로의 TV토론회에서는 개선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보고자 한다. 우선 토론에 임하는 사람들은 시청자들이 무엇을 기대하며 TV를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았다. 우리는 토론을 통해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을 알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권투경기를 보면서 KO펀치를 기다리는 그런 심리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링 위에서 선수가 본격적인 싸움을 두려워해 잽이나 날리며 시간을 보낸다면 어느 누가 좋은 경기였다고 할 수 있을까. 질문자들은 자신들이 싸움선수로 토론장에 나선 것이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인식만 확실했다면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다가도 후보자가 화를 낼까봐 얼른 움츠러드는 장면은 없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날짜를 더하면서 전투력이 떨어지는 느낌도 덜 주었을지 모른다. 이런 지적은 수비로 일관한 후보자들에게도 적용된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자세로 간혹 질문자와 맞부닥치는 대담성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어떤 후보는 감점을 당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나와 토론장을 맥빠지게 만들었다. 또한 토론장의 김을 빼는데는 사회자도 일익을 담당했다고 본다. 본격적인 싸움이 붙을만 하면 시간관리를 이유로 끼여들어 중단시키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둘째로 토론자들의 팀워크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적지 않을 수 없다. 주제가 세가지로 정해졌기 때문에 주제별로 팀을 짜서 질문하면 좀더 열띤 토론을 벌이기에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질문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미진할 때 이를 치고 들어가 추가질문을 날리는 그런 통쾌한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셋째로 후보자가 원론에 맴도는 답변을 반복해도 이를용인하는경우가있었다. 이럴 때는 단호하게 제지해 구체적인 대답을 끌어내든지, 또는 모른다는 답변을 받아냈어야 했다. 넷째로 주제를 제한한데서 빚어진 일이긴 하겠지만 지나치게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패널들이 가끔 전문지식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질문하는 것도 흠의 하나였다. 「대통령후보가 그런 지엽적인 것까지 알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째로 21세기 비전을 알아보는 시간에는 질문이 충분하지 못했다. 모든 후보에 대해 질문은 정보화사회에 대한 전략으로 국한됐는데 그밖에도 비전에 관한 많은 질문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합동토론이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실망감과 함께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주요후보로 밝혀진 조순씨가 제외된 것도 토론회의 의미를 감소시켰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 이번 토론회는 심층토론을 위한 토론형식을 제시해 선거문화를 한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이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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