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설(說)」로만 나돌던 삼성그룹의 기아인수 추진이 문서로 확인되자 당사자인 기아그룹은 물론 현대 대우 LG 등 기아사태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기업들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 기업은 한결같이 『이로써 지난 4월 유포된 삼성의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 개편의 필요성과 정부의 지원방안」보고서도 삼성의 기아인수 전략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앞으로 삼성이 기아인수를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아그룹 임직원들은 『기아부도사태 이후 줄곧 주장해온 삼성과 정부의 공모설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라며 『더 이상 정부와 채권단이 金善弘(김선홍)그룹회장의 퇴진을 무턱대고 요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아그룹 임원들은 이날 오전 부서별로 긴급회의를 개최하는가 하면 부장 과장급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아재건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삼성의 기아인수 의도를 맹비난했다. 삼성의 기아인수를 적극 저지해온 현대그룹측은 『다른 기존업체들을 인수해 사업을 늘려 나가겠다는 삼성의 엄청난 확장욕구에 놀랐다』며 『이번 보고서 공개로 삼성이 적극적인 기아 인수전략을 펼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초일류 기업을 표방해온 삼성그룹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기업의 도덕성 차원에서 삼성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 LG그룹측은 『그룹 내부 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됐다는 사실 또한 경악스럽다』며 『삼성이 엄청난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