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고 있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탄성을 질렀다. 『엄마, 샤킬 오닐이 온대요』 아이가 졸라대는 바람에 모 백화점에 마련된 샤킬 오닐 초청 행사장에 갔다. 행사장은 초중고생들로 꽉 찼다. 잠시 후 사회자의 소개말과 열광하는 팬들의 함성 속에 샤킬 오닐이 무대에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행사 중간중간 장난스럽게 농구대를 향해 공을 날린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의 슛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최근 랩송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그에게 노래를 부탁해도 거절했다. 시종일관 장난스럽게 건들거리는 그의 모습에 부아가 치밀었다. 정해진 시간도 다 채우지 않고 무대를 떠나는 그를 향해 사회자는 『샤킬, 덩크슛 한번만 보여주세요』라고 애원하다시피했다. 마지못해 무대로 돌아온 그는 덩크슛은커녕 농구대를 향하지도 않고 농구공을 발로 차 관중석으로 날려 보내다가 운동화까지 함께 벗겨지는 해프닝을 보였다. 그것이 하필이면 광복 52주년의 저녁이었다. 어린 학생들이 외국의 무례한 스타에게 넋을 잃고 아우성치는 현장에서 우리의 정신이 또다른 강자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임정은(서울 송파구 잠실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