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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급한 신도시 생활시설

입력 | 1997-07-20 20:44:00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수도권 5개 신도시 입주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그곳에서 생활하는 주민만도 1백만명이 넘는다. 입주 7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신도시는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꿈의 자족(自足)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쾌적한 생활환경은 커녕 교통 교육 의료 문화 치안 도시기반시설 등 모든 것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지난 89년 신도시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일산을 예술문화시설이 완비되고 자급자족 기능을 갖춘 수도권 서북부 중심도시로 가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산에는 문화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지금쯤 수도권 중심상업지역이자 중산층의 주거지역이 되어 있어야 할 분당도 여전히 베드타운으로 머물러 있다. 인구 37만명이 넘지만 서울까지의 대중교통수단은 태부족이다. 97년까지 지하철과 버스의 수송분담률을 68%로 끌어올리겠다던 당초 약속과는 달리 현재 수송분담률은 24%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촌 산본 중동의 실정도 마찬가지다. 신도시 주민들의 생활불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동사무소 우체국 학교 병원 약국 쇼핑센터 등 공공 및 편익시설이 형편없이 모자라고 파출소조차 없어 치안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곳이 많다. 도시기반시설 공사마저 부실투성이여서 준공 4∼5년도 안돼 도심 한복판의 간선도로가 갈라지고 전기 통신케이블 상수도관이 지나는 지하공동구와 하수관 등에 균열과 누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몇년 전부터 주민들의 청원과 집단민원이 끊임없이 야기되고 있다. 작년 2월 일산과 분당 주민들이 정부와 한국토지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려 했던 것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그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신도시가 지금처럼 계속 베드타운에 머물러서는 수도권 전체의 교통 환경 교육 범죄 등 온갖 도시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날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신도시의 미래와 관련한 현실성 있는 개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신도시 조성 당시의 기본모델을 토대로 그동안의 여건변화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새로운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물론 신도시들의 자구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신도시의 성장잠재력에 비추어 개선과 변화의 여지는 많다. 주민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자치단체 그리고 주민들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