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회사가 무슨 샘물사업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속옷과 물은 각각 의복과 먹을거리의 기초라는 점에서 똑같죠』 ㈜대우에 이어 두번째로 남북 당국의 승인을 얻어 북한에서 합영(합작)사업을 추진하는 ㈜태창의 李柱泳(이주영·37·사진)사장. 이사장은 이제 태창의 의류부문 수직계열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앞으론 먹는 문제에 매달릴 생각이다. 샘물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주(住)생활의 기초인 시멘트사업에 참여한다는 장기플랜도 가지고 있다. 금강산 샘물사업은 이사장이 7년간 공들인 결과다. 연변대 장학사업, 일본 전문가를 동원한 수질조사, 두차례의 방북, 북한잠수함 침투사건 이후 감내하기 어려웠던 기다림…. 막판엔 금강산 샘물에 눈독을 들인 캐나다 인도 등 경쟁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담판을 벌이기도 했다.돈벌이를 떠나 「민족의 영산(靈山)」을 외국에 내줄 수는 없었기 때문. 그동안 이사장이 마셔본 전세계 샘물은 5백여종. 해외유학파는 아니지만 자타가 인정하는 「물박사」다. 『대북(對北)사업에서 돈만을 벌려다간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민족 공동의 이익이 우선이지요』 샘물사업은 곧 상품으로 나온다. 일본 수질학계는 이미 「후지산에서 30년전에 자취를 감춘 세계 최고의 수질」이란 평가를 내렸다. 이르면 내년초부터 매월 8천t씩 생산해 우리나라와 일본에 시판할 예정이다. 이사장은 요즘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2세 경영인과는 한참 차이가 난다. 지난 83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부친(李基田·이기전 태창회장·68)의 회사에 평사원으로 들어가 틈나는 대로 전세계 곳곳을 살피며 세상 물정을 배웠다. 이때 연변과 일본에서 쌓아둔 인맥이 요즘 금강산 샘물사업에 큰 보탬이 됐다. 이사장의 집은 서울 연희동 32평형 아파트. 두해전까진 응암동의 18평 연립에서 살았다. 남대문시장에서 옷감을 사다 옷을 맞춰 입는 부친의 검소함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경영에 본격 참여한지 6년만인 지난 95년 한국경영학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경영인」으로 꼽힐 정도로 이사장의 경영수완은 뛰어난 편. 당시 전무였던 이사장은 『전무보다 사장이 「올해 경영인」에 어울린다』는 주위의 충고에 따라 사장 직함을 달았다. 〈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