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는 굴러다니는 동전까지도 챙겨라」.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생산현장에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묘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지난달초부터 각종 실명제를 도입했다. 삼성중공업은 볼펜 수첩 등 모든 소모품에 사용자의 이름을 부착하고 완전히 사용해야만 새것으로 바꿔주는 「소모품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책상서랍안에 굴러다니는 동전들을 수집, 일주일만에 50만원을 모금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제일기획도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지 않는 시계를 수집해 고아원과 양로원에 증정했다. 불황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마당에 회사돈만으로 손쉽게 자선운동을 벌일 수 없다는 취지에 따른 것. 제일모직은 염색공정에 투입되는 원단마다 책임자를 한명씩 지정, 투입부터 마지막 검색까지 책임을 지우는 「염색 실명제」를 실시중이다. 삼성코닝은 개인별로 사용하던 소모품을 한군데에 모아 공용으로 쓴다. 한번 사용한 면장갑과 마스크 등을 버리지 않고 세탁해 두었다가 재활용, 연간 1억6천만원가량을 절약한다는 목표다. 삼성그룹 전계열사는 매출규모를 감안, 일정수준 이상의 금액을 투자할 때는 프로젝트에 담당 임원의 이름을 붙이는 「투자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담당 임원이 바뀌더라도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처음 이름이 계속 따라 붙는다. 「불황일수록 임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극복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얼굴 마주보기」운동을 펴는 회사도 있다. 삼성물산의 공동사인(결재)제도가 그중 하나로 관련 부서장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계획을 결정하자는 것. 최근 패션유통점포 인센티브 운영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의류부문 사장과 영업 및 기획부서 임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운영방안을 토론하고 그자리에서 즉각 결재를 끝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동사인제도가 도입돼 종전엔 사흘가량 걸리던 결재가 몇시간으로 단축됐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은 결국 비용절감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