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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보청문회 증인 대폭축소 수상쩍다

입력 | 1997-04-03 20:06:00


국회 한보사건 국정조사특위가 청문회 증인수를 대폭 줄이자 정치권의 진상규명 의지가 후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거기에다 여권 핵심부에서 金賢哲(김현철)씨를 사법처리하지 않을 것처럼 공공연히 흘리는 것도 무언가 미심쩍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지난 1일 청와대 여야 지도자회담에서 「한보문제가 더이상 경제의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고 합의한 이후에 불거져 더욱 의구심을 짙게 한다. 야당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초당적(超黨的)으로 협력하는 것과는 별도로 한보와 현철씨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딘가 한발 빼는 듯한 조짐도 감지된다. 우선 청와대회담에서 야당총재들이 나라를 온통 뒤흔든 현철씨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은 것부터 그렇다. 또 한보특위가 기왕에 채택한 증인과 참고인 75명을 41명으로 줄인 것이나 현철씨에 대한 청문회를 단 하루만 열기로 합의한 것도 수상한 대목이다. 이런 마당에 검찰의 한보 및 현철씨 수사가 초기에 보였던 의욕과는 달리 마냥 늑장을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건을 성역없이 파고들면 숱한 정치인이 다치게 되고 자칫 정치권이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검찰수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권의 이런 속사정이 「경제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의혹을 덮어가는 식으로 진행된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정치권이 한보와 현철씨 의혹을 적당히 꿰매고 넘어가려 한다면 그것이 바로 공멸의 길로 빠져드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나라를 뒤흔든 부정 비리의 연결고리를 낱낱이 찾아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싹을 자르지 않는 한 지금의 위기는 극복할 수 없다. 손발을 자르는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위성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의 하나 여야 지도자들이 한보와 현철씨 문제를 적당히 처리키로 양해하고 그 결과가 청문회 증인축소 등으로 나타난 것이라면 담합정치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여권에서 최근 현철씨에 대한 사법처리는 없을 것처럼 운을 떼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결과 죄가 있고 없고에 따라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지 본격수사도 하기 전에 사법처리를 하느냐 마느냐로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마치 여야가 현철씨 문제는 더이상 확대시키지 않기로 묵시적 합의라도 한 것처럼 내비치는 그 자체가 정치불신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정치권은 깨닫기 바란다. 모처럼 경제살리기에 한 목소리를 낸 청와대회담 이후 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담합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모양이 사납다. 세간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검찰의 한보 및 현철씨 수사는 철저해야 하며 국회 국정조사 또한 한점 남김없이 의혹을 캐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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