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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의식」 세 남성통해 유럽인의 정신세계 그려

입력 | 1997-03-20 08:59:00


[권기태 기자] 93년 미국의 토니 모리슨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유럽 소설가들은 「순번에 따라」 유럽이 받을 차례가 임박했다고 했다. 이후 매년 후보로 오르내리던 이들 중 하나가 세스 노테봄이다. 「의식(儀式)」은 그의 대표작. 17년 간의 유럽방랑을 온축한 결실이 담겨 있다. 50∼70년대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개성 강한 세 남성의 삶과 죽음을 그리고 있다. 서로를 무시하며 살아가는 타아츠 부자(父子), 20년간의 격차를 두고 이들과 차례로 조우하는 인니 빈트롬. 가장 관심을 끄는 이는 종교 철학 다도(茶道)에 몰입한 회사원 필립 타아츠. 「동양세계는 나라는 존재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어. 내가 없더라도 세상은 잃는 것이 없을테니」. 이에 반해 빈트롬은 일간지 점성술란을 집필하고 증권시세에도 민감한 세속인, 섹스광이다. 그러나 아르놀드 타아츠의 경우 자기 삶의 1분, 1초까지를 관리하는 현대판 「칸트」. 아르놀드는 실존주의에 기댔던 유럽 전후세대를, 빈트롬은 풍요 속의 60년대 유럽인을, 필립은 탈(脫)합리주의를 꾀하기 시작했던 70년대 유럽인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자기 점괘처럼 아내는 연애도피하고, 스스로는 자살에 실패하는 괴짜 빈트롬의 여정을 따라가보면 현대 유럽인의 정신세계를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명료한 단문과 함축적인 비유가 인상적이다. 세스 노테봄 지음/정상건 옮김(훈민정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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