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바실리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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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태 기자]「카타콤베(고대 로마인의 지하도시)」 「천단(중국 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자금성 4배 크기의 신전)」 「반석 위의 돔」…. 거대한 고건축물의 이름들이다. 건축예술가 김석철씨(53)는 이들 고건축물에서 조형미와 쓰임새를 넘어 삶과 죽음, 신과 인간, 자유와 도피, 영화와 몰락의 의미까지 읽어낸다. 「김석철의 세계 건축기행」(창작과 비평사)이 그같은 안목의 산물이다. 『예루살렘 동쪽에 위치한 「반석 위의 돔」은 팔각형의 건물 위에 황금색 돔을 얹은 기하학적 건물이다. 건물 내부에 모셔진 반석은 아브라함이 야훼에게 이삭을 바친 곳으로 솔로몬왕이 이곳에 야훼의 신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정작 건물은 7세기 이슬람교도들이 예루살렘을 정복할 즈음에 술탄 말리크가 마호메트의 승천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 예루살렘은 성경과 코란의 도시. 이슬람인들은 점령지 이교도들을 압도하기 위해 로마와 비잔틴의 돔에다 새로운 내부공간을 발전시켰다』 김씨는 세계 전역의 인상적인 24개 건축물, 도시를 4개의 장(죽음 신 삶 인간의 공간)으로 나누고 거기에 얽힌 역사와 미술, 실제 탐방기를 운치있게 엮었다. 가끔 우리 문화와의 연관성도 따져본다. 『경복궁 앞 서쪽에 사직단이, 동쪽에 종묘가 있는 것처럼 자금성 앞 서쪽에 사직단이, 동쪽에 태묘가 있다』 『(정도전 등이 구상한)한양의 도시 모델은 베이징이 아니라 「주례(周禮)」의 「고공기(考工記)」였다』 김씨는 건축을 「인간의 역사를 증언하는 상형문자」라고 쓰고 있다. 거꾸로 창작과 비평사는 이번 책을 「세계 문화를 사진 활자화시킨 하나의 건축예술품」으로 만들고자 했다. 책갈피에 놓여진 복도와 계단을 지나가면 천연색 조감도와 부분확대도, 지도와 설계도가 그윽한 고건축물의 벽화와 조각품처럼 놓여있다. 이 책은 창작과 비평사의 베스트셀러인 「나의 우리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지음)의 세계 확대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