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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12)

입력 | 1997-02-27 19:58:00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102〉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여섯번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형이 배가 불러서 더 이상 요리를 못먹겠다고 하자 주인은 다시 사환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이제 요리 접시를 치우고 과자를 가져오너라」 그러자 사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과자를 날라왔고, 주인은 형을 향하여 말했습니다. 「이 편도 절임을 들어보세요. 아주 기막힌 것이랍니다. 그리고 이 꿀을 바른 버터 튀김도 꼭 맛보셔야 합니다. 조심하세요. 꿀이 흐릅니다」 그러자 배고픈 형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걸 먹으니 나리 곁을 떠나고 싶지가 않군요. 그런데 나리, 이 버터 튀김 사향을 곁들인 까닭은 뭐죠?」 「아하, 그거요? 그건 내 취향이랍니다. 나는 사향 향기가 좋거든요. 꿀 바른 버터 튀김 하나에 한 디나르어치의 사향과 반 디나르어치의 용연향을 넣는답니다」 이러는 동안에도 형은 정말 과자를 먹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입을 우적우적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자, 이젠 과일을 가져오너라!」 주인은 다시 사환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사환은 다시 눈에 보이지 않는 과일을 날라왔고, 주인은 형을 향하여 말했습니다. 「손님, 이 과일들을 드세요. 식후에는 여기 있는 이 편도와 호두 그리고 건포도가 그만이지요」 그러나 형은 말했습니다. 「나리, 이젠 충분히 먹었습니다. 더 이상은 도저히 먹질 못하겠습니다. 정말이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어보기는 처음입니다」 형이 이렇게 말하자 주인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맛있게 드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알라시여! 이 도성에 굶주리는 사람이 있다니 그게 될 말입니까?」 주인이 이렇게 말하고 있을 때 형은 마음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이처럼 사람을 곯리다니, 이제 본때를 보여줘야지」 그때 주인은 다시 사환을 향해 술을 가져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정말 눈 앞에 술이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손을 놀리며 말했습니다. 「손님, 잔 받으시지요. 술이 마음에 드시거든 그렇다고 말해주시오」 그러자 형은 맞장구를 쳤습니다. 「나으리, 이 술은 여간 향기롭지가 않군요」 「그렇습니다. 이 술은 이십년 묵은 것이랍니다」 형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술을 마시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러자 주인도 「손님의 건강을 위하여」라고 말하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술을 마시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 뒤에도 두 사람은 오랫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였습니다. 이렇게 한참 동안을 눈에 보이지 않는 술을 마시던 형은 느닷없이 손을 쳐들어 주인의 목덜미를 후려갈겼습니다. 얼마나 호되게 때렸던지 그 소리가 집안에 울릴 지경이었습니다. 불의의 습격을 받은 주인은 깜짝 놀란 눈으로 형을 올려다보았습니다만 형은 계속해서 두어번 더 주인을 후려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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