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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여자의 사랑(55)

입력 | 1997-02-27 19:58:00


가을이 깊어지는 동안〈10〉 『이제 쓸쓸해하지 말아요』 그러면서 그녀가 어깨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나브로 하늘 저편으로부터 조금씩 노을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본 건 하늘에서 밀려드는 노을이 아니라 그의 눈 속으로부터 조금씩 그녀 가슴속으로 무늬처럼 번져나오는 같은 빛깔의 또 다른 노을이었다. 아직 그런 고백을 하지 않았지만 이 사람이 날 사랑하고 있다. 오늘 그 일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그렇다면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내 눈가에도 같은 빛깔의 노을이 그의 가슴 속으로 똑같은 무늬로 번져나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눈빛이 무얼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가 어깨에 손을 가져왔다. 주위가 어둑해질수록 그런 채로 어깨에 손을 얹고 마주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이 점차 투명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겁지는 않았지만 어깨에 얹어진 그의 손조차 거역할 수 없는 무엇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그가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당기듯 끌어안고 입을 맞춰왔다. 아직 별이 돋아나기엔 이른 깊은 가을저녁,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같은 첫 입맞춤이었다. 밀려드는 노을 속에 입을 맞춘 채로 그는 노을같은 눈빛으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그런 그의 눈을 함께 그윽히 바라보다 스르르 눈을 감았다. 길지는 않았으나 그 느낌은 마치 영원처럼 아득하고도 길게 느껴졌다. 이제 너는 내 여자다. 이렇게 영원히….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그의 작은 격정과도 같은 미세한 떨림도 그녀는 함께 떨고 있는 자신의 온 가슴으로 그의 가슴에서 울려나오는 진동처럼 전달받았다. 『이제 약속해줘요』 그가 손을 내리자 그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뭘 약속하면 되지?』 『이제 그런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는다고요』 『그래. 흔들리지 않아』 『또 있어요』 『말해』 『우리를 지켜본 모든 것들에게 약속해줘요. 우리가 한 순간의 느낌이 아니라 정말 사랑해서 키스를 했다고』 『그래. 우리는 사랑해서 키스를 했어』 『내겐 첫 입맞춤이었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그의 양쪽 얼굴에 번갈아 자신의 뺨을 대주었다. 이제 조금씩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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