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琴東根기자] 아르헨티나의 「영원한 퍼스트 레이디」 에바 페론의 일대기를 그려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 「에비타」가 정작 아르헨티나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 하나. 에바 페론역을 맡은 마돈나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반감 때문이다. 영화 제작단계에서부터 아르헨티나에서는 『「MaterialGirl」(마돈나의 히트곡 제목으로 「관능적인 소녀」라는 뜻)이 에바 페론 역을 맡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여론이 팽배했던 것. 「에비타」처럼 최근 미국의 몇몇 영화가 일부 국가의 정부나 종교단체, 민족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뉴욕 타임스지에 따르면 「에비타」 제작진이 현지촬영을 위해 지난해 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했을 때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에비타는 살아있다. 마돈나는 나가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을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대통령 역시 한 인터뷰에서 『마돈나는 에바 페론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치적인 이유로 반감을 산 영화는 「마이클 콜린스」와 「인디펜던스 데이」의 경우가 대표적. 「마이클…」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일랜드의 독립투쟁을 이끈 마이클 콜린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개봉전 영국의 한 신문은 『두 나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는 영화』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5백90만달러(약50억원)의 수입을 기록한 아일랜드에서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쥬라기 공원」의 흥행기록을 뛰어넘은 4백80만달러(약41억원)를 벌어들였다. 「인디펜던스…」에 공격을 가한 국가는 레바논을 비롯한 일부 아랍국가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인 헤즈볼라는 이 영화에서 유태인 과학자가 외계인을 물리치는데 큰 공을 세운다는 점을 들어 『유태인의 천재성과 그들의 가증스러운 인류애를 선전하는 영화』로 규정하고 이슬람교신도들에게 보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인디펜던스…」 역시 레바논에서 1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호조를 보였다. 이밖에 티베트의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소재로 현재 제작중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쿤둔」과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티베트에서의 7년」은 『달라이 라마를 너무 추켜세운다』는 이유로 중국정부의 반감을 사고 있다. 그러나 미국 영화가 특정국가로부터 배척당하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는 것이 뉴욕 타임스지의 지적. 돼지가 주인공인 「베이브」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관습 때문에 이슬람교국가인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금지를 당했다. 또 이집트를 포함한 몇몇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쉰들러 리스트」의 수입을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