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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CS 이어 도이체방크…‘뱅크데믹’의 어두운 그림자

SVB, CS 이어 도이체방크…‘뱅크데믹’의 어두운 그림자

Posted March. 28, 2023 08:30,   

Updated March. 28, 20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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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시작된 은행 위기의 공포가 스위스를 거쳐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까지 덮쳤다. 독일 총리까지 나서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특별한 부실 징후가 없는 대형 은행까지 표적이 된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공포가 전염병처럼 번진다는 뜻에서 ‘뱅크데믹(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24일 도이체방크 주가가 장중 14% 이상 급락한 데는 은행에 문제가 있다기보단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순수익이 50억 유로(약 7조 원)에 이르고 유동성도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전격 인수되면서 신종자본증권인 코코본드가 휴지조각이 되자, 코코본드 비중이 높은 도이체방크로 불신의 불똥이 튀었다. 헤지펀드들이 시장 불안 심리를 이용해 은행주 하락에 집중 베팅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글로벌 은행 위기는 여러 면에서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주로 투자한 자산은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국채였다. 도이체방크는 재무 건전성이 탄탄한데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위기에선 절대적인 안전지대가 없는 셈이다. ‘디지털 뱅크런’에서 보듯 공포의 확산 속도 역시 빠르다. 40년 역사의 SVB가 무너지는 데는 이틀, 167년 전통의 CS가 몰락하는 데는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뱅크데믹에 국내 금융회사들이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한국 금융 시스템엔 지뢰밭이 널려 있는 상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 규모는 115조5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9월 말 8.2%로 뛰었다. 가계부채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기 어려운 고위험 가구가 1년 새 갑절로 늘어 61만5000가구를 넘어섰다.

최근의 위기는 공포의 확산, 예측 불가능성, 빠른 전파속도 등 여러 가지에서 전염병과 많이 닮았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잠재된 위기가 현실화할지 알 수 없다. 금융권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시장이 과도한 불안에 휘둘리지 않도록 위기 징후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촘촘한 금융 방역망의 선제적 구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