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 등 비수도권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광주에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생산기지 신설을, SK하이닉스는 전남권에 반도체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입지 등은 이달 말 열릴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기업들이 ‘지방행’을 저울질하는 것은 당면한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경기 용인, 평택 등 수도권 일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부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전력과 용수 공급 능력도 한계에 이른 상태다. 반면 호남 등 비수도권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용수 확보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비수도권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지방 투자는 지역 균형 발전의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고, 좀처럼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우수 인재들의 이른바 ‘남방한계선’을 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든 대규모 투자 결정은 오롯이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이 깨져선 안 된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은 앞다퉈 전국 곳곳에 반도체 유치 공약을 내세우며 알게 모르게 기업들을 압박했다. 지자체나 정치권이 나서서 특정 지역에 특정 공정을 배치해 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해선 안 된다. 특히 수백 개의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밀집해 생태계를 이뤄야하는 전공정(팹) 라인까지 분산해달라는 요구는 기업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투자가 성패를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기업이 오로지 글로벌 경쟁력 하나만을 잣대로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지켜봐야 한다.
기업이 냉철한 셈법 끝에 최적의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때부터는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금액만 125조 원에 달한다.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도 선제적 투자를 단행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토대를 닦았다. 기업들의 이런 과감한 결단이 온전한 결실을 맺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 용수, 도로 등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하고, 우수 인력의 유치·양성과 파격적인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작정 지방으로 오라고만 할 게 아니라, 기업들이 기꺼이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