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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법 예산’ 관저 이전… 尹 정부 파행 이때 이미 시작됐다

[사설]‘불법 예산’ 관저 이전… 尹 정부 파행 이때 이미 시작됐다

Posted May. 25, 2026 09:25,   

Updated May. 25, 2026 09:25


윤석열 정부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불법으로 예산을 전용한 혐의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이 22일 구속됐다. 이들은 관저 이전 공사를 담당한 업체 21그램에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관저 업무와 무관한 행정안전부에서 약 28억 원의 예산을 불법으로 가져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한남동 관저 이전은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부터 시작됐다.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용도를 바꿔 리모델링 하는 과정에서 증축, 구조 보강작업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더욱이 최고 보안시설인 대통령 관저를 고치는 작업인 만큼 자격을 갖춘 업체를 법 절차에 따라 선정한 뒤 공사를 진행했어야 마땅하다. 당초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중견 종합건설업체에 맡기기로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개입해 시공업체를 21그램으로 바꾸면서 사달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21그램은 2021년 영업이익이 1억5000만 원에 불과한 영세 업체인 데다 실내건축업 면허만 갖고 있어 증축 공사 등은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업체가 관저 공사를 맡게 된 것은 대표 김모 씨가 김건희 여사와 대학원 동기이고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후원하는 등 친분이 깊다는 점을 빼면 설명되지 않는다. 관저 이전 실무를 담당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도 종합특검 조사에서 ‘윤핵관’ 윤한홍 의원으로부터 ‘김 여사가 고른 업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이후 과정도 주먹구구식이었다. 정부의 당초 예산은 14억여 원이었는데, 21그램은 설계도면도 없이 대통령실에 ‘41억여 원 소요’라는 견적서를 냈다. 비서실은 별 조치 없이 계약을 맺었고, 공사 후엔 준공검사를 생략한 채 대금을 지급했다. 행안부 공무원들이 “차라리 인사 조치를 해달라”며 반발했는데도 김 전 실장 등이 묵살하고 모자란 공사대금을 정식 예산으로 편성하는 대신 행안부 예비비에서 충당했다.

이 사안을 감사했던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은 ‘관저 이전에 절차적 문제는 있었지만 특혜는 없었다’는 맹탕 감사로 실체를 덮기에 급급했다. 김 전 실장 후임인 정진석 전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김 여사가 (21그램을) 추천했다고 단정 짓는 것은 맞지 않다”며 김 여사를 감쌌고, 윤 전 대통령은 관저 이전 의혹이 포함된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공적 업무에 김 여사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졸속과 변칙으로 점철된 관저 이전 공사부터 윤석열 정부의 파행은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