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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트럼프 1기 한미 국방장관 회담 참사의 기억

[칼럼]트럼프 1기 한미 국방장관 회담 참사의 기억

Posted May. 20, 2026 08:28,   

Updated May. 20, 2026 08:28


한미 국방장관이 2020년 10월 워싱턴에서 마주 앉았던 안보협의회의(SCM)는 양국 동맹사(史)에서 참사라 부를 만했다. 결과만 봐도 이전 회담 공동성명마다 매번 명시됐던 ‘주한미군 규모 유지’ 문구가 사라졌다. 언론에 공개된 회담 분위기도 살풍경했다.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을 강조한 직후 마크 에스퍼 당시 미 국방장관은 전환 조건을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맞받았다.

특히 두 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이 개최 3시간 반 전 돌연 취소됐다. 양국은 그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속사정은 2년 뒤 에스퍼의 회고록을 통해 세간에 공개됐다.

에스퍼는 비공개 회담에서 문재인 정부가 사드 기지를 홀대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것이 동맹을 대하는 방식이냐”는 말도 나왔다. 급기야 그는 화상회의로 참석한 마크 밀리 당시 미 합참의장에게 사드 철수를 검토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이날 갈등은 갑자기 폭발한 것이 아니었다. 동맹 사이의 균열은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나란히 집권 4년 차를 맞을 때까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에스퍼만 해도 2018년부터 사드 기지 장병들에 대한 대우가 열악하다며 수차례 문제 제기를 했지만 한국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평한 건 에스퍼만이 아니었다.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도 훗날 회고록에 문 전 대통령의 2017년 첫 방미에서부터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양국 간 이견이 노출됐다고 썼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회고록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외교안보 라인의 삼각 축이 모두 문재인 정부를 믿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셈이다. 맥매스터와 에스퍼는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었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이런 인물들까지 한국 정부와 틈이 벌어진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북-미 대화를 두고 문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았던 시절에는 이런 불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그간 누적됐던 불신의 고름이 한순간에 터져나온 것이 2020년 SCM이었다.

이재명 정부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와 달랐다.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 일본을 먼저 찾는 등 한미일 안보 협력부터 강조한 실용외교는 미 조야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후 비무장지대(DMZ) 출입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 한미 기밀 누설 논란으로 인한 미국의 정보 공유 제한까지 동맹은 수시로 얼굴을 붉혔다. 손익 계산을 따지며 동맹을 함부로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버겁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등을 돌릴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동맹의 불협화음을 파열음으로 키우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원 팀’ 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내부에서부터 엇박자를 내며 반대로 가고 있다. 기밀 누설 논란의 장본인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누군가 그 사실을 공개한 저의가 의심된다고 한 것부터가 외교안보 라인 안에서 자주파니 동맹파니 하며 반목하는 실상을 드러냈다.

이제는 외교와 통상이 따로 가는 듯한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미국과 협의하기 전 국가안보실, 외교부와 사전에 내용을 공유하라며 “다들 좀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 동맹의 민감한 현안인 대미 투자 협상에 나설 때조차 우리 부처들끼리 주도권 다툼이나 벌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동맹의 이상 기류를 잠재우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도 부족할 판이다. 경고음을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