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47일간 계속되면서 국내 산업현장 전반에 원자재 공급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두어 달 버틸 원유는 확보했지만 중동에서 직수입하던 나프타, 알루미늄, 요소 등은 공급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급등했다. 고환율 영향이 겹치면서 지난달 수입 물가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금까지 정유업계와 정부는 약 1억18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고 한다. 한국 경제가 60일 정도 버틸 수 있는 물량이다. 하지만 ‘석유화학의 쌀’ 나프타의 경우 수입의 77%를 차지하던 중동산 공급이 끊기면서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 부족으로 가동률을 낮추거나 공장을 멈췄다. 이로 인해 식품·화장품의 포장재, 일회용 주사기 및 의료제품, 쓰레기 종량제 봉투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정유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아스팔트 가격까지 급등해 전국 곳곳에서 도로공사까지 중단되고 있다.
중동산 알루미늄, 질소비료용 요소 공급도 탈이 나 가격이 오르면서 자동차, 건설자재 생산과 봄 파종기를 맞은 농사에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멈춰선 후유증은 오래 갈 전망이다. 국내 전력 도매가격은 LNG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데, 국제가격이 갑절로 뛰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1500원 선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은 수입 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수입 물가는 전달에 비해 16.1% 올랐는데,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1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원유만 보면 198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에너지·원자재 해외의존이 높은 한국 경제에 이번 전쟁이 1,2차 오일쇼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합한 대형 악재가 될 거란 전망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재 공급난은 국민의 실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건 더 무섭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위기관리 능력은 이번 사태로 시험대에 올랐다. 중동사태가 더 길어져도 ‘제조업 한국’의 엔진이 멈춰서는 일이 없도록 공급망을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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