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이 8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중동 전쟁의 여파에도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이어진 결과다.
하지만 중동 전쟁에 따른 피해가 에너지·석유화학 부문에 집중적으로 쌓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 수출의 40%가량이 반도체에 집중돼 산업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 실적은 861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8.3% 증가했다. 기존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 12월(695억 달러)의 실적을 넘어선 것이다. 금액으로는 월 수출 700억 달러를 건너뛰고 곧바로 800억 달러 시대로 직행했다. 한국의 월간 수출 실적은 지난해 6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10개월 연속 월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실적 증가세는 반도체가 이끌었다.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1.4% 증가한 328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2월 세웠던 251억 달러의 역대 최대 실적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월간 반도체 수출이 300억 달러를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높은 D램 단가가 유지되는 가운데 분기 말인 3월을 맞아 조업 일수와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다”며 “여러 변수가 있지만 최소 상반기(1∼6월)까지는 (반도체 수출이) 긍정적인 추세로 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수출은 2.2% 증가한 63억7000만 달러로 조사됐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류 차질에도 전기차(32%)·하이브리드차(38%) 등 친환경차 수출 증가가 계속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출 성과를 이뤘지만 반도체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에 따라 수출이 들쭉날쭉할 수 있어서다. 지난달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대인 38.1%까지 확대됐다. 20% 전후였던 비중은 지난해 24%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피해도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출 통제와 최고가격제의 영향을 받는 정유·석유화학 부문 타격이 큰 상황이다. 지난달 석유제품 수출은 유가 급등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으로 금액 기준 54.9%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 통제가 시작된 지난달 13일 이후 휘발유·경유·등유 수출은 각각 5%, 11%, 12% 줄었다. 석유화학제품 수출 역시 중동 전쟁의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달 4주 차에는 수출 물량이 17% 감소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범정부 대응 체계를 가동해 안정화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