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원유 이어 반도체, 비료도… 커지는 호르무즈 봉쇄 공포

원유 이어 반도체, 비료도… 커지는 호르무즈 봉쇄 공포

Posted March. 09, 2026 08:41,   

Updated March. 09, 2026 08:4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충돌이 길어지면서 중동산 원유공급의 차질을 넘어 한국의 주력산업으로도 충격파가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 가스, 비료 생산용 암모니아, 석유화학 원재료 등을 주로 중동 국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급등에 더해 반도체 등 주력산업에까지 문제가 발생한다면 2%로 전망된 올해 성장률에도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

중동 사태와 관련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최대 걱정거리는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가스의 수급 문제다. 헬륨 가스는 반도체 웨이퍼를 냉각하는 데 사용되는데, 작년 국내 수입량의 65%가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있는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에서 나온다. 최근 이 시설은 이란의 공격으로 멈췄다. 반도체 식각에 쓰이는 브롬 가스 수입의 98%는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다. 비축분이 있다지만 장기간 버티긴 어렵다.

농업도 비상이다. 질소 비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 인산 비료 원료인 황의 주요 수출국은 대부분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란·오만 등 중동 국가다. LNG와 원유를 정제·처리하는 과정의 부산물로 생산된다. 글로벌 요소 수출량의 35%, 황의 4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수출된다. 해협 봉쇄 후 1주일도 안됐는데 벌써 공급부족으로 비료의 국제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식량 생산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게다가 해협 봉쇄로 ‘석유화학의 쌀’ 나프타 수입이 중단되면서 국내 나프타 재고는 2주 뒤면 바닥날 전망이다.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국내 최대의 에틸렌 생산시설 여천NCC는 지난주 고객사들에게 “불가항력의 요인으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봉쇄가 길어지면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 화학제품의 국내 공급에 문제가 발생한다.

홀로 한국 수출을 견인해온 메모리 반도체가 원료조달 실패로 생산차질을 빚을 경우 우리 경제에 닥칠 충격은 클 것이다.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에 더해 비료 부족 사태로 국내외 식량가격까지 급등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도 커진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중동 위기가 장기화하고, 원료 생산시설이 파괴되는 상황까지 대비해 제2, 제3의 공급선을 서둘러 찾으면서 한국 내 대체생산 가능성도 타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