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12·3 비상계엄은 야당(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 “경고성 계엄이란 그 자체로 성립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원은 또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원(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취지의 군 수뇌부 증언도 모두 사실로 인정하는 등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 대부분을 배척했다.
1234쪽 분량인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대한 위기 상황을 병력으로써 극복하는 것이 비상계엄의 본질이므로, 그 선포는 단순한 경고에 그칠 수 없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어 “비상계엄은 위기 상황으로 훼손된 공공질서를 회복할 목적으로만 선포될 수 있는데 12·3 비상계엄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헌법재판소 탄핵 변론 당시 쟁점이었던 군 지휘부들의 검찰 진술 역시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돼도 내가 두 번, 세 번 선포하면 되니까 너네는 계속해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윤 전 대통령이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사실도 인정하면서 ‘인원’이 ‘국회의원’을 가리켰다고 판단했다. 이는 헌법재판소 변론 당시 “인원이라는 말 자체를 써본 적 없다”며 해당 증언을 ‘탄핵 공작’이라 반발했던 윤 전 대통령의 주장과 반대되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빈총을 들고 하는 내란을 본 적 있느냐”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계엄 당일 정보사 선발대 요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에 빈총을 들고 진입한 것을 예로 들며 “심야에 총을 휴대한 군인 10명이 한꺼번에 청사에 진입하는 것은 평균적인 일반인이 공포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동”이라며 “상대방으로서는 해당 총에 삽탄(총탄 삽입)이 됐는지 빈총인지 알 수 없으므로, 빈총이라는 이유로 폭행·협박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군을 국회 등에 보낸 것은 질서 유지 차원”이라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대통령 등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의 주된 임무는 국회 통제였다’는 것”이라며 “이는 국회를 ‘통제할 목적’에서 계엄군을 출동시켰다는 것으로 사실상 국회를 제압하려는 목적에서 (군 병력 출동이) 이뤄진 것임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유근 bi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