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관세 인상 발표로 한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사전에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 통보나 관련 설명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캐나다 출장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국회를 찾아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관련 법안 통과 협조를 요청하는 등 미국의 관세 인상 발표 철회를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는 27일 오전 10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대미 통상현안 회의를 갖고 관세협상 후속 조치로 추진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의 진행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회의 이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관세 인상은 (미국) 연방 관보 게재 등 행정조치가 있어야 발효된다”면서 “정부는 관세 합의 이행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하는 한편 차분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만으로 관세가 즉시 인상되는 건 아닌 만큼, 외교·통상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기조다.
이날 회의에는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이형일 재경부 1차관,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청와대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등 관련 참모들이 참석했다. 현재 전략경제협력 특사단으로 캐나다를 방문 중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 장관은 유선으로 회의를 함께 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실제 관세 인상으로 이어지기 전 미국 설득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방산 협력 논의를 위해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 장관은 관련 일정이 종료되는 대로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한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 관련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다. 여 본부장 역시 조만간 미국을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명분으로 언급한 한국 국회의 ‘합의 이행 미비’ 상황을 얼마나 신속히 해소하느냐도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미 투자의 법적 근거가 되는 대미투자특별법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비준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를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관련 절차가 지연됐다.
구 부총리는 이날 오후 소관 상임위인 재정경제기획위 임이자 위원장과 만나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재경위는 조만간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 또는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종=정순구 soon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