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품격 보여준 시민들, 무료 택시 봉사-화장실 개방

“직접 차량에 태워 역까지 데려다 준 뒤 ‘고맙다’는 문자메세지를 받았습니다. 작은 정성이 모여 APEC이 잘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관광지 안내원 역할을 한 박철호 씨(56)는 러시아 대표단 소속 외국인을 도왔던 일화를 소개하며 활짝 웃었다. 박 씨는 “한 외국인 참가자가 서울행 열차를 타야 했는데 당시 정상 방문 일정으로 보문관광단지 일대 교통이 통제돼 난처해하던 상황이었다”며 “마침 차량 통행이 가능한 비표를 발급받아서 직접 운전해서 경주역까지 데려다 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APEC 정상회의 뒤에는 박 씨와 같은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의 헌신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원봉사자 250여명이 APEC 참석자들을 현장에서 도왔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보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수시로 교통통제가 이뤄졌지만, 시민들은 불평 없이 협조했다. 택시기사 김모 씨(62)는 “전면 교통통제로 행사 기간 동안 오히려 손님이 줄어들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질서를 지켰다”고 했다.

상인들은 외국인들을 위해 화장실을 무료로 개방했다. 이병희 황리단길상가연합회장은 “경주는 걸어서 구경하는 관광지가 많아 거리에서 화장실을 찾는 손님이 많았다”며 “외국인들이 ‘해외에서는 화장실 이용이 까다로운데 한국은 인심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해 흐뭇했다”고 말했다.

2일 경북 경주시 APEC 준비지원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장호 의전홍보과장은 “세계 정상들을 맞이한 순간부터 떠나보내던 마지막까지 긴장했던 터라 계절 바뀌는 줄도 몰랐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경북도와 경주시 소속 공무원들로 구성된 APEC 준비지원단원은 모두 55명. 지난해 6월 경주 유치 확정 직후부터 기반 시설과 수송·교통, 숙박, 문화·경제 행사 마련 및 운영을 위해 1년 이상 업무에 매진했다. 경찰과 군, 소방당국 등은 안전한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완성한 주역이었다. 경찰은 하루 최대 1만9000여 명의 경력을 동원하며 각종 사고 및 비상상황 대처에 대비했다.


경주=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