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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러스트벨트’ 위기… 석화-디스플레이-철강 고용 급감

‘한국판 러스트벨트’ 위기… 석화-디스플레이-철강 고용 급감

Posted September. 05, 2025 09:24,   

Updated September. 05, 2025 09:24


국내 고용 창출에 적극 기여해 왔던 전통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해당 산업의 생산 시설이 위치한 지역 경제 위기로 번질 수밖에 없다. 최근 석유화학·디스플레이·철강 산업의 위기가 충남 서산, 전남 여수, 경북 포항 등 해당 지역의 장기 침체로 이어져 이들 지역이 ‘한국판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동아일보가 석유화학·디스플레이·철강 부문 대기업 10곳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최근 3년 치(2022년∼2025년 6월 말)를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의 직원 수는 이 기간 약 6185명(6.2%) 감소했다. 업황이 좋았던 2022년 이들 10개 기업의 총고용 인원은 9만9492명이었는데, 올 6월 말 기준 9만3307명까지 줄었다.

분석 대상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SK지오센트릭, 여천NCC 등 석유화학 주요 기업 5곳,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 2곳,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 3곳이다. 각 산업군 협회에서 꼽은 매출 기준 상위 기업들이다. 석유화학·디스플레이·철강은 현재 구조조정이 거론되는 주요 업종으로, 2023년 9월 한국신용평가가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시장 변화에 따른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꼽았던 산업이다.

대기업이 생산 인력을 줄일 정도가 되면 이들의 2, 3차 협력업체 일자리는 더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상,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상법개정안 등 점차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한국 대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상황까지 겹치면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유발하고, 한국판 러스트벨트를 양산할 가능성을 키운다”고 말했다.


이민아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