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주한미군은)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동맹의 어떤 협정도 특정한 적대 세력을 명시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북한을 공동의 위협으로 여겼던 의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북한의 위협을 상대하는 데 더 큰 역할을 맡고 주한미군은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연성 발휘를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억제로 돌리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이런 발언은 2006년 전략적 유연성 원칙에 한미가 합의한 뒤 큰 변화가 없었던 주한미군 체제에 일대 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25일로 조율 중인 한미 정상회담을 2주일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주한미군 재조정은 전 세계 미군의 최우선 임무를 중국 견제에 두고 동맹국 안보는 자국이 부담하게 하는 미국 글로벌 전략의 일부다. 한국만 예외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현실적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 결정만으로 한국이 미중 간 군사 분쟁에 말려들 여지를 둘 수는 없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밖 이동에 ‘제약이 없다’고 했는데, 한국의 동의 없이도 유사시 주한미군의 대만 투입이 가능하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한미는 19년 전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지만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 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었다. 이번 논의도 이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주한미군 재조정이 대북 억지력 약화의 빌미가 돼서도 곤란하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주한미군 감축의 신호탄이 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지난해 북한의 핵 공격 대응 시나리오가 한미 훈련에 포함될 정도로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의 핵심 축이다. 대북 핵우산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줘선 안 된다.
한반도 안보 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을 향한 주된 위협이 북한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당기려 지름길을 택한다면 한반도 군사 대비태세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국방예산 증액 및 전작권 전환에 따른 준비태세 완료를 전제로 우리가 주도하는 한미연합사 운용을 장기적 목표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 경우에도 대북 억지력 손상은 안 된다는 것이 한미동맹 운용이 대원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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