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함께 올리는 모수개혁안에 합의해놓고도 국회 처리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모수개혁과 별도로 구조개혁 등을 논의할 국회 연금특위 운영을 둘러싼 이견이 갈등의 이유다. 국민의힘은 특위구성 결의안에 ‘여야가 합의로 처리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모수개혁안의 국회 처리 협조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야만 특위에서 민주당의 단독 처리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특위 위원장을 여당이 맡기로 한 만큼 합의 없이 처리가 어려우니 명문화가 필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가 보험료율을 13%로, 소득대체율을 43%로 인상하는 모수개혁안에 합의한 것이 불과 나흘 전이다. 지난해 5월 보험료율 인상 수치를 합의해 놓고도 소득대체율 1%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1년간 시간을 허비하다가 한 발씩 물러서 겨우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래놓고 합의 이틀 만에 다시 대립하며 여야 스스로 모수개혁안의 국회 처리마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연금개혁이 하루 미뤄질 때마다 연금 부채가 885억 원씩 불어난다는 사실을 잊은 건가.
모수개혁이 연금개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만큼 여야가 연금특위에서 남은 문제인 근본적 구조개혁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연금재정 악화 시 받는 돈을 자동으로 줄이는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도 여야 이견이 큰 만큼 특위에서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모수개혁만으론 연금 고갈 시점을 8년 늦출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개혁은 국민연금 외에 다른 연금까지 건드려야 하는 중장기적 문제이기에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포스트 탄핵’ 정국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 겨우 합의된 모수개혁안도 표류할 수 있다. 지금이 모수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얘기다. 2007년 연금개혁 이후 18년 만에 모처럼 힘들게 잡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리면 청년과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탄핵심판 결론이 나오기 전 신속하게 모수개혁 입법부터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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