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왕들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봉안했던 경복궁 선원전(璿源殿)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편액(扁額·사진)이 약 10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3일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된 것으로 보이는 ‘경복궁 선원전 편액’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편액은 방이나 문 위에 걸어 놓는 글이나 그림 액자를 일컫는다. 현판에 사용된 안료를 조사한 결과, 의궤에 기록된 편액 재료와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수된 편액은 가로 312cm 세로 140cm 크기로, 옻칠을 한 검은 바탕에 ‘옥의 근원’을 뜻하는 ‘선원’이 금빛으로 쓰여 있다. 글씨는 조선 후기 이조참판 등을 지냈으며 ‘명필’로 알려진 문신 서승보(1814∼1877)가 쓴 것으로 추정된다. 액자 테두리에는 부채와 보자기 등 ‘칠보’(七寶·일곱 가지 보물) 문양이 새겨졌으며, 테두리를 연장한 봉에는 구름무늬를 조각해 격식 높은 현판 양식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해당 편액은 1868년 재건된 경복궁 선원전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선원전은 왕들의 어진을 봉안하고 의례를 지낸 신성한 공간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선원전은 왕실의 뿌리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이곳에 걸린 편액 또한 왕실의 소중한 보물”이라고 설명했다.
조선 최초의 선원전은 1444년 경복궁이 창건되면서 만들어졌으나, 임진왜란 때 화재로 전소됐다. 1868년 경복궁 재건 때 다시 세워졌으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헐렸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이 있는 자리가 선원전 권역이다.
이 편액은 2023년 말 일본 고미술 경매장에 나오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일각에선 1910년부터 1916년까지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경복궁 일부 건물과 함께 일본으로 뺏어 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가유산청 측은 “소장자에게 조선 왕실 문화유산이 고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설득해 환수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선원전 편액은 27일 실물을 처음 공개한 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관리할 예정이다. 환수 비용은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