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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폐지론 불쑥 꺼낸 금감원장

Posted June. 15, 2024 08:46,   

Updated June. 15, 2024 08:46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과 함께 배임죄 폐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대해 배임죄 소송이 남발할 것이란 재계의 우려가 커지자 배임죄 폐지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배임죄는 삼라만상을 다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며 “유지와 폐지 중에서는 유지보다는 폐지가 낫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법 영역에서는 소액주주 보호가 미흡하고 형사법 영역에서는 이사회 의사 결정에 과도한 형사 처벌을 해 양쪽 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상법과 형법의 왜곡을 병행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는 국내 기업의 밸류업(가치 제고)을 위해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영 판단을 할 경우 이사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계에서 배임죄 처벌 등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무차별적으로 배임죄 처벌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폐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은 “현실적으로 배임죄 폐지까지는 어렵다면 구성 요건에 사적 목적 추구 등을 명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며 “상법에 경영 판단 원칙을 명확히 하고 특별배임죄만 폐지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에 규정된 배임죄는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과 상법상 특별배임이 있다.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돼 50억 원 이상 범죄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등 가중처벌도 이뤄진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금감원으로부터 별도로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이 없고, 아직 검토해 본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무부는 금감원이 정식으로 검토 등을 요청해 올 경우 관련 사항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선 ‘배임죄 폐지’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형사상 배임 책임을 면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주주대표 소송 등 민사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