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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목숨 걸린 ‘의대 증원’ 솔로몬재판의 ‘가짜 엄마’들

환자 목숨 걸린 ‘의대 증원’ 솔로몬재판의 ‘가짜 엄마’들

Posted March. 25, 2024 08:41,   

Updated March. 25, 202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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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배정한 후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늘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축소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일부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정지 처분에 들어간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만나 집단행동 자제를 당부했다.

그동안 의정간 충돌을 방관해온 여당 지도부가 의료계와 대화에 나선 것은 의료 공백이 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당내 목소리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집권 여당이 중재에 나서 이번 사태의 돌파구가 열리길 바라는 것이 다수 국민의 심정일 것이다. 여당의 대화 노력에도 정부는 ‘2000명 증원’을 고수하고 있다.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도 교육과 수련 여건을 감안해 속도 조절을 거듭 주문하고 있는데다, 2000명 증원에 유일하게 찬성했던 서울대 의대 교수도 입장을 바꿔 증원을 1년 늦추자는 대안을 낸 상태다. 당정은 의대 증원을 지지하면서도 의료 공백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민심의 변화를 헤아려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주장해온 온건파가 밀려나고 강경파가 힘을 얻고 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의정 간 이견 조율을 시도해온 교수가 사임 압력을 받고,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선거에서는 강경파 후보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와 의대생들이 ‘반역자’로 조리돌림을 당한다고 한다. 정부가 의대 정원 배정으로 쐐기를 박으면서 반발을 부른 측면이 있지만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 집단의 극단적 행태는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그동안 쌓아온 국민의 신뢰마저 잃게 할 뿐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논의에 의료계가 얼마나 책임감 있게 참여했는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전공의 병원 이탈이 시작될 무렵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충돌을 한 아이를 놓고 두 어머니가 제 자식이라 주장하는 ‘솔로몬 재판’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의료 공백을 메울 대안도 없으면서 2000명 증원을 강행하려는 정부, 그런 정부가 싫다며 환자는 나몰라라 하는 의료계 모두 ‘차라리 아이를 반으로 갈라 나눠 가지자’는 가짜 엄마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