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판용)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 완제품이 아닌 ‘탄약 생산 플랜트’를 제공받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인근의 공장에서 탄약을 생산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밝혔다.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극동 지역까지 ‘탄약 생산 플랜트’를 직접 가져와 생산한 정황도 있다고 이 소식통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2년 간 장기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재래식 무기인 포탄을 사들이는 것을 넘어 북한산 플랜트를 현지 공장에서 조립하는 시스템까지 가동했다는 것이다.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 생산 플랜트를 수출하는 정황은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이후로 포착됐다고 한다. 우수리스크 인근 지역에 북한에서 들인 탄약 생산 플랜트를 조립해 완제품으로 만드는 공장을 만들고 있다는 것.
대북 소식통은 “러시아에선 이미 낙후돼 잘 쓰지 않는 포탄 대량 생산에 필요한 기계를 북한이 보유하는 만큼 북한이 1차로 탄약 생산플랜트를 만들어 러시아로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공장에서 일할 북한 노동자를 ‘농업인’으로 위장해 파견을 추진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지난해 11월 “북한 농민들에 농업용지를 제공하는 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북한은 러시아에 건설 노동자를 보낼 때 유학생 명목으로 파견한 바 있다.
완제품이 아닌 탄약 생산 플랜트를 수출하는 것은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과 인력난을 겪는 러시아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물린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발전 설비가 노후돼 고질적인 전력난을 겪는 북한은 일부 공장을 멈춰 세울 정도로 전력이 부족하지만, 싼값에 공장에서 탄약을 제조할 노동력이 풍부하다. 러시아는 공장을 가동할 전력은 풍부하지만 노동력 부족 문제에 부딪혀 있다. 러시아가 현지 공장에서 북한산 탄약 생산 플랜트를 조립하는 배경에 대해 “러시아 공장에서 실탄을 생산하는 것처럼 위장해 대북 제재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가 북한에 포탄 값을 현금으로 완납하지 못하고 있는 정황도 우리 당국에 포착됐다. 당국은 러시아가 포탄 값으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거나 군사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러시아가 (북한으로) 보내는 것 중엔 식량 비중이 가장 큰데 그 덕분에 최근 북한 내 식량 가격이 안정화됐다”고 했다. 당국은 러시아가 포탄 값으로 해군 현대화를 강조하는 북한에 러시아에게 선박 공업 첨단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