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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선, 마르코스 아들 당선 유력

Posted May. 09, 2022 09:12,   

Updated May. 09, 2022 09:12


 9일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선거에서 1965년부터 1986년까지 21년간 악명 높은 철권통치와 부패를 일삼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 전 상원의원(65)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봉봉’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마르코스 주니어는 이번 선거 기간 아버지의 폭정에 관한 기억이 희미한 젊은 유권자를 소셜미디어 등으로 집중 공략했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 사라(44)를 부통령 후보로 맞아 두테르테 정권의 직간접적 지원 또한 얻었다.

 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10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대선의 유세가 이날로 종료됐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업체 펄스아시아에 따르면 마르코스 주니어는 56%의 지지를 얻어 최대 경쟁자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23%)을 33%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7%),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4%) 등도 역부족이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과반 지지율을 확보하면 1986년 반정부 시위 여파로 실각 후 미국 하와이로 망명한 부친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과반 득표를 달성한 대통령이 된다.

 그의 당선이 유력한 것은 필리핀의 고질적 문제, 즉 족벌정치와 양극화 등을 잘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필리핀을 통치했던 스페인과 미국은 몇몇 자산가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며 양극화를 조장했고 1946년 독립 후에도 이 봉건 유산을 청산하지 못해 일부 재벌과 그 후손이 정재계를 좌지우지하며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유명 정치학자인 아리스 아루게이 필리핀대 교수는 알자지라에 “마르코스 주니어와 사라 두테르테는 모두 독재자의 자녀일 뿐”이라며 포용력 있는 정부를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1957년 수도 마닐라에서 태어난 마르코스 주니어는 아버지의 하와이 망명에 동행했다. 1991년 귀국한 후 가문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루손섬 북서부의 일로코스노르테에서 하원의원, 주지사, 상원의원 등을 지냈다. 남부 민다나오섬이 기반인 두테르테 가문과는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한 후부터 끈끈한 사이가 됐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