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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를 속인 기상천외 첩보전의 속살

Posted April. 27, 2022 08:34,   

Updated April. 27, 20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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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영화 명작으로 꼽히는 ‘1917’ ‘덩케르크’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배경이 전투 현장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영화 ‘민스미트 작전’은 결이 다르다. 속고 속이는 첩보전을 정면으로 다룬다. 총탄과 포탄이 오가는 전장 이면에 전쟁 판도를 바꾸고자 조용하고 치밀하게 진행된 기만작전이 소재다.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영국 런던. 영국군 중심의 연합군은 히틀러의 독일군에 맞서 전세를 역전시킬 방안을 강구한다. 이에 기획된 작전이 ‘민스미트 작전’. 부랑자 시신에 전투복을 입혀 ‘윌리엄 마틴’이란 이름의 영국군 해병대 소령으로 위장한다. 작전을 기획한 영국군 장교 몬태규(콜린 퍼스)와 첨리(매슈 맥퍼딘)는 윌리엄에게 팸이라는 이름의 약혼녀가 있는 것으로 설정하고 그들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 등 ‘윌리엄 스토리’를 세세하게 창조하며 그를 실존 인물처럼 꾸민다.

 이 가짜 소령의 임무는 잠수함에서 바다로 던져진 뒤 스페인 해안가에서 발견되는 것. 그는 연합군이 곧 그리스에 상륙할 것이란 내용이 포함된 연합군 수뇌부의 가짜 극비문서와 팸의 연애편지가 담긴 가방을 매달고 있다. 이 문서가 스페인에 있는 독일 첩보원을 거쳐 히틀러에게 전달되고, 히틀러가 전략적 요충지인 시칠리아의 병력을 그리스로 분산 배치하면 연합군이 그 틈에 시칠리아를 점령한다는 것이 작전 목표다. ‘윌리엄 소령’은 인간 미끼였던 셈이다.

 영화는 남성 시신을 수배하는 과정부터 가상의 약혼녀 ‘팸’의 편지를 쓰고 이를 윌리엄이 소지하도록 하는 장면 등 작전 기획 단계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기만작전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 작전을 실행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변수가 튀어나오는 장면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며 관객을 초조하게 만든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1999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휩쓴 존 매든 감독 의 신작이다. 알려진 대로 ‘민스미트 작전’은 2차 대전 판도를 연합군 우위로 바꿔 종전(終戰)으로 이끄는 데 기여한 성공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작전 성공에 환호하기보다 별다른 감흥이 없는 몬태규와 첨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시칠리아 해안에 상륙해 진격하다 산화한 연합군 병사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만작전으로 꼽히는 작전도 결국은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거둔 결과일 뿐임을 강조한다. 비장함을 배제한 감독의 담백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전쟁은 누가 승리하든 결국 비극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전쟁과 승리란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하는 명작 전쟁영화다. 다음 달 12일 개봉.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