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자일 매달려 숨겨진 쓰레기 찾고… 중국인들에 문화유산 설명하고

자일 매달려 숨겨진 쓰레기 찾고… 중국인들에 문화유산 설명하고

Posted March. 26, 2022 07:28,   

Updated March. 26, 2022 07:28

日本語

 전국 각지의 국립공원에는 ‘지킴이’들이 있다. 국립공원에 사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만큼 자주 찾아와 국립공원을 아끼고 가꾼다. 이들의 노력 덕에 시민들이 편하게 국립공원을 찾을 수 있다.

 박창용 씨(63)는 40대부터 산에 올랐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원단 판매로 연매출 80억 원을 올리던 그는 2000년대 초 가게가 부도를 맞고 인생의 첫 좌절을 겪었다. 그때 마음을 다잡도록 도와준 게 산이었다. 박 씨는 “암벽을 오르다 보면 모든 것을 잊고 내 앞의 바위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게 암벽 등반의 매력”이라고 했다. 어느덧 암벽 등반 횟수만 4000회에 이르는 20년 차 베테랑이 됐다.

 최근 그가 ‘꽂힌’ 장소는 북한산국립공원이다. 연간 방문객이 656만 명(2020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등산객이 워낙 많은 산이다 보니 사고도 잦다. 박 씨는 산에 갈 때마다 낙석을 치우고 훼손된 시설물을 관리하다 2020년 4월 북한산국립공원 산악안전봉사단을 만들었다.

 봉사단 회원은 2년도 지나지 않아 80여 명으로 늘었다. 매주 토요일 20명 정도가 암벽을 타고 주위를 정리한다. 대부분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가기 어렵거나 낙석 사고 등이 잦은 지역을 점검한다. 이들의 가방 속엔 등산 장비뿐 아니라 쓰레기 등을 수거하는 마대 자루가 들어 있다. 박 씨는 “산에 음식물이 버려져 있거나 바위를 뚫어 등반 도구를 꽂은 걸 볼 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만 출신의 왕계 씨(58·여)는 2012년부터 11년째 경북 경주국립공원에서 자연환경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자연환경해설사는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탐방객에게 소개하는 사람이다. 왕 씨는 주로 중화권 관광객이 경주국립공원을 찾아오면 안내하지만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도 한다. 국립공원 내 생태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는 것도 왕 씨의 일이다.

 왕 씨는 1992년 남편의 고향인 경주에 터를 잡고 중국어 강사로 활동하다 한국을 더 잘 알고 싶어 자연환경해설사가 되기로 했다. 전국에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3명을 뽑았는데, 유일하게 중국어권 대표로 뽑혔다.

 경주는 국내 22개 국립공원 중 유일한 사적형 국립공원이다. 자연뿐 아니라 역사 유물의 보존 가치가 높아 지정된 곳이다. 왕 씨는 “17년 전 귀화해 한국인이 됐지만 동식물 학명이나 역사 용어가 아직도 어려워 항상 공부한다”며 “탐방객들이 한국의 자연과 문화유산에 감탄하고, 해설에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