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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빨리 만나 꼬인 실타래 풀라

Posted March. 19, 2022 08:25,   

Updated March. 19, 202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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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윤석열 당선인과 회동에 대해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만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윤 당선인 측도 상호 신뢰와 긴밀한 소통을 언급하며 “국민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첫 회동이 무산된 지 사흘 만에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국민에게 회동 일정을 공개해놓고 당일 4시간 전에 무산시킨 것 자체가 전례 없는 황당한 일이었다. 정권교체기 신구(新舊) 권력 갈등 양상으로 치달은 최근 상황에 대해 양측 모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선 9일 만에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한 날이기도 하다. 불편한 감정이나 여러 이견은 뒤로 하고 속히 만나 꼬인 실타래를 풀기 바란다.

 회동 무산 후 청와대 참모, 당선인 측근, 여야 지도부 등 양측 인사들이 보인 태도는 한심했다. 서로 돌아가며 공공기관 임원이나 한국은행 총재 후임 인사 등을 놓고 “알박기를 중단하라” “대통령 인사권에 왈가왈부 말라”며 연일 설전을 벌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 문제를 놓고도 “되네” “안되네”하며 감정 섞인 언사를 주고받았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청와대 이전 추진에 대해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되나 묻고 싶다”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다” 등의 글을 SNS에 올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새로 들어설 정부를 대놓고 조롱한 것이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듯 문 대통령은 “개별 의사 표현을 삼가라”고 경고했다.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줘야 하는 쪽과 넘겨받아야 하는 쪽의 심리나 이해관계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은 잘 안다. 그렇게 더 신구 권력이 큰 불협화음 없이 순조롭게 교대되는 과정을 보고 싶어 한다. 정권 인수인계가 얼마나 잘 진행되느냐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의 하나다.

 인사권이나 사면, 그밖에도 여러 중요한 이슈가 있을 수 있다. 첫 만남에서 모든 걸 다 처리할 수는 없다. 만남도 갖기 전에 디테일한 의제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둘이 일단 만나서 덕담을 나누는 모습 자체가 대선을 거치며 양쪽으로 갈라진 국민 마음을 어루만지는 길이다. 비록 불편한 관계가 됐지만 서로 하고 싶은 말, 해주고 싶은 말도 있을 것이다. 딱 한번으로 끝낼 일도 아니다. 신뢰가 쌓이면 청와대 밖이든 어디든 윤 당선인 초청으로 또 만날 수도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