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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文대통령 우몽하다”는데 靑 말 한마디 못하나

김여정 “文대통령 우몽하다”는데 靑 말 한마디 못하나

Posted September. 17, 2021 08:42,   

Updated September. 17, 202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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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어제 북한 김여정의 문재인 대통령 비난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 반응을 일일이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여정은 전날 밤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성공을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 “우몽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김여정의 모욕적인 대남 조롱도, 그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도 이젠 남북관계에서 익숙한 일이 돼 버렸지만 이번 문 대통령 비난에도 정부가 입을 닫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에선 “김여정의 담화가 과거에 비해 형식과 내용에서 상당히 절제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 표현을 보면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과거의 독설에 비해 수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불손한 언사와 불순한 의도는 이전보다 심하면 심해지 덜하지 않다.

김여정 담화는 과거에 쓰던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 대신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실명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마치 ‘검열관’이라도 된 듯 ‘도발’이라는 단어 사용을 놓고 시비를 걸었다. ‘대통령’ 호칭을 사용한 것도 일말이라도 존중의 뜻이 담긴 게 아니라 “소위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라며 문 대통령을 대놓고 비난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김여정은 자신들의 군사력 개발이 한국군의 ‘국방중기계획’과 다를 바 없다는 뻔뻔한 주장을 폈다. 북한 도발은 한국과 동북아, 세계의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다. 특히 핵·미사일 개발은 유엔의 대북결의를 거스르는 국제법 위반이다. 북한은 한국 대통령의 입부터 막으면 그런 불법행위도 점차 묵인 받고 정당화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에선 따끔한 한마디는 고사하고 언짢다는 소리도 없다. 통일부 당국자가 비공식적으로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존중은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게 전부다. 이런 저자세를 두고 대북 일관성이나 정세 관리 차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이야말로 북한을 기고만장하게, 국민을 절망하게 만드는 우몽한 비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