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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지 지는지 알 수 없어 더 간절한 청춘의 꿈

뜨는지 지는지 알 수 없어 더 간절한 청춘의 꿈

Posted September. 11, 2021 08:45,   

Updated September. 11, 20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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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도, 미래도 없는’ 것이 있다. “관객 생각은 하지 않고 ‘예술 뽕’만 차올라 만든 이기적인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독립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단편 7개로 구성된 소설집의 표제작인 ‘0%를 향하여’는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청춘들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독립영화를 만들기 위해 ‘영화 과외’를 하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돈을 번다. 애증의 대상이 돼버린 독립영화를 더는 하지 않겠다며 고향으로 가지만 고향에서 하는 일은 다시 독립영화 만들기. ‘나’와 친구 석우는 차를 타고 달리며 해가 지는 모습을 본다. 이는 얼핏 해가 뜨는 모습처럼 보인다. 지는 해 같지만 뜨는 해 같기도 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것. 청춘들의 꿈은 대체로 그렇다.

 이 책은 2018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셀룰로이드 필름을 위한 선’이 포함된 저자의 첫 소설집. 서울 노량진에서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사운드 클라우드’) 등 인생의 크고 작은 고비를 넘는 청년들이 주인공인 작품이 주로 담겼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전개 방식과 문체는 무겁지만은 않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소설집 해설에서 “서이제의 등장은 문제적”이라며 소설의 특징 중 하나로 ‘여성 작가의 내면적 정체성을 지운 병맛스러운 대화체’를 꼽았다.

  ‘사운드 클라우드’를 보면 ‘나’와 친구 수철의 대화는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 대화를 보는 듯하다. ‘수철이는 (중략) 클럽에 가서 기분이나 풀고 올걸 그랬다고 했다. 풀긴 뭘 풀어. 문제나 풀어. 나는 말했고, 그는 내게 이제 그만 화를 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는 식의 현실감 넘치는 대화가 대표적인 예.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튀어버리는 대화를 읽고 있으면 웃음이 새어나온다.

 소설은 ‘나도 예전부터 좀 알고 있었음. 쿨한 느낌’처럼 명사형으로 마무리하는 등 하나의 단편 내에서도 어미를 다채롭게 사용한다. 빨리 감기, 정지 등의 기호를 활용해 노래를 재생시키듯 서사를 전개한 부분도 눈에 띈다. 실험적 문체와 순서를 뒤섞어놓은 비선형적 전개 방식 등 젊은 작가의 파격적인 시도를 보는 재미가 있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