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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알기 위해 중국을 공부하다

Posted February. 20, 2021 07:39,   

Updated February. 20, 202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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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흡입력 높은 칼럼과 에세이를 통해 특유의 ‘공부 철학’을 설파해온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국내에서 첫 학술서를 펴냈다.

 이 책은 그가 2017년 영국에서 발간한 동명의 책(‘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영국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집필된 이 책은 한국어판에 새로운 내용이 보강돼 원서의 2배 이상으로 두꺼워졌다. 영국 출간 당시 중국 정치학자 샤오궁취안(蕭公權)의 ‘중국정치사상사’ 영역본(1979년)이 나온 이후 약 40년 동안 정체됐던 이 분야의 학문적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국을 잘 이해하고 싶어 중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것에 대해 알고자 할 땐 대상뿐만 아니라 그것이 놓여 있는 맥락을 폭넓게 파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이 때문에 책은 ‘정치사회’ ‘국가’ ‘귀족사회’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중국 정치사상의 거대한 서사를 망라한 후 이것이 조선 등 동아시아 각국에 미친 영향을 짚었다. 저자는 “독자가 현재의 중국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생각보다 넓게 펼쳐지는 세계에서 그만 길을 잃게 만드는 게 나의 바람”이라고 썼다.

 이 책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 분야의 기존 연구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이 역사를 만들기보다는 역사가 중국을 만든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이에 따라 중국학계의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의 허구를 밝히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중국은 단일체이기보다 구성물이었으며, 중화민족의 이미지는 인공의 조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중국 정치사상서 상당수가 중국 학자들의 기존 관점에 입각한 점을 감안할 때, 이 책은 중국 정치사상사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