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성범죄 정치인•정당 불이익 법안 깔고 뭉개는 국회

성범죄 정치인•정당 불이익 법안 깔고 뭉개는 국회

Posted January. 28, 2021 08:19,   

Updated January. 28, 2021 08:19

日本語

 정치권의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데도, 국회가 관련 법안들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뭉개고 있다. 동아일보가 19∼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전수 분석한 결과 성범죄 연루자의 피선거권을 제한하거나 재·보궐선거 귀책사유 정당에 선거비용 책임을 묻는 법안이 11건 발의됐다. 하지만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은 채 폐기됐거나 낮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실시하게 된 보궐선거에는 모두 838억 원의 혈세가 들어간다. 성추행이 없었다면 치르지 않았을 비용이다. 비용만 문제가 아니다. 여성인권 옹호와 양성 평등을 어느 정당보다 앞장서 외쳤던 정의당의 대표마저 소속의원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성도덕과 인권의식에 대해 국민은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성범죄 연루자에 대한 피선거권 제한 논의는 20대 국회 때인 2018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짧게 논의된 적은 있다. 그러나 “선출직이기 때문에 국민이 판단하면 된다”는 등의 이유로 폐기됐다. 반면 여야 의원들은 공무원 군인 경찰관 교사에 대해선 임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안을 연달아 통과시켰다. 다른 직종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자신들에겐 관대한 내로남불 행태다. 그 결과 21대 총선 때 당선은 안됐지만 성범죄자가 6명 출마하기도 했다,

 성범죄 등으로 인한 보궐선거 선거비용 문제도 여야 모두 말만 앞세울 뿐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진 적은 한번도 없다.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는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한 경우 해당 정당과 후보자에게 무공천 및 선거비용 보전 등 책임을 묻는 방안을 법제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흐지부지됐다. 21대 국회에선 국민의힘이 성폭력으로 비슷한 취지의 ‘박원순, 오거돈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역시 아무런 논의 진전이 없다.

 국회가 늘 이런 식이니 상대방의 문제가 자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치공세만 펼치고 이심전심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뭉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무공천’ 원칙이 담긴 당헌까지 바꿔가며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키로 한 데 대해 “당헌이 고정불변일 수 없다”고 옹호하고 나섰으니 국회나 청와대나 크게 다르지 않다.

 여야 정치권은 이제라도 성범죄 연루자들에 대한 피선거권 박탈과 그에 따른 보궐선거 발생 시 공천 금지 또는 선거비용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심은 한계를 넘은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