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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vs 터키 갈등

Posted August. 13, 2018 08:14,   

Updated August. 13, 201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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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터키의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한 관세를 2배 올리겠다고 하자 터키 경제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물가가 치솟고, 통화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을 ‘경제 전쟁’이라고 부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막대한 외화 부채를 안고 있는 터키 경제가 부도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미국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글의 맨 마지막 문장에 “(미국의) 무례하고 일방적인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친구와 우방국을 찾게 될 것”이라고 썼다.

 두 나라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된 것은 미국인 목사 앤드루 크레이그 브런슨 씨 체포 사건이다. 미국은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꾸준히 주장해 왔지만 터키 정부는 매번 거절했다. 1993년부터 터키 해안도시 이즈미르에서 목회 활동을 이어오다 2016년 10월 체포된 브런슨 목사는 현재 터키 내에서 가택연금 및 출국금지 상태로 있다.

 터키 정부가 주장하는 브런슨 목사의 혐의는 테러조직 지원 및 간첩죄다.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던 2016년 당시 브런슨 목사가 반정부 세력을 도왔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 입장에서 브런슨 목사는 현 정권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처벌해야 하는 존재다. 터키에서는 교사와 정치인, 기자 등 수만 명이 실패한 쿠데타에 대한 보복으로 체포되거나 해고된 상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터키 정부의 불공정한 구금의 희생자일 뿐이다”라며 브런슨 목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브런슨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인 지지 세력인 기독교 보수단체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외신들은 “브런슨 목사는 미국 플로리다에 기반을 둔 장로교회 단체의 일원이고 이 단체는 미국 전역에 수백 개의 대형 교회를 아우르고 있다”며 “캔자스주에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고향 교회도 이 단체에 속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지지 세력들을 봐서라도 브런슨 목사의 일을 모른 척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미국은 브런슨 목사의 체포에 항의하기 위해 터키 법무·내무 장관의 미국 내 재산을 동결하는 등 경제 제재까지 한 상태다.

 국제사회는 양국 사이가 시리아 내전을 겪으면서 이미 멀어졌다고 평가한다. 브런슨 목사 사건이 양국 갈등 표출의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이를 풀기 위한 실마리는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는 뜻이다.

 최근까지 미국은 시리아 내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와 손잡아 왔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YPG는 자국 내 분리주의를 자극하는 최대 위협 세력이다. 터키는 1월부터 독립국가 수립을 원하는 쿠르드족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YPG를 공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쿠르드에 대한 군사공격을 자제하라”고 요청했지만 터키는 듣지 않았다.

 올 2월 터키 정부는 주터키 미국대사관 앞 거리명을 올리브 가지(olive branch)라는 뜻의 터키어 ‘제이틴달르’로 변경했는데 이는 터키의 쿠르드족 진압 작전명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에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표현을 에둘러 한 셈이다.

 그동안 미국은 터키 남부 아다나주에 위치한 인지를리크 기지를 미국의 중동 핵심 기지 로 사용해왔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IS 격퇴전까지 이곳을 작전 허브로 사용했다. 그러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대서양위원회 등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사이에서는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이 꾸준히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와의 불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으며 양국의 전략적 동맹 관계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