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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588

Posted February. 17, 2017 08:52,   

Updated February. 17, 20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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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성매매 1번지이자 최대 홍등가(紅燈街)인 ‘청량리 588’이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홍등가 강제 철거에 나선다. 이곳엔 2021년까지 호텔, 백화점, 오피스텔,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때 200여 업소가 성업했던 청량리 588은 미아리텍사스, 천호동텍사스와 더불어 서울의 3대 집창촌이었다. 최대 집창촌 오명을 씻고 전원형 신도심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한국의 집창촌은 1900년대 초 일본인 집단 거류지에서 발생한 유곽(遊廓)에서 시작됐다. 일제는 성매매를 허용하되 세금을 받는 공창(公娼)제도를 도입했다. 1947년 미군정은 이 제도를 폐지했고, 한국 정부는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을 제정했지만 적극적 단속은 벌이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 성매매를 묵인했다. 그러나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집창촌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부산 완월동, 대구 자갈마당, 파주 용주골 등 지방의 유명 집창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성매매는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수메르, 바빌론에서도 성매매는 행해졌다. 성매매를 금지하더라도 성매매 장소가 집창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만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엔 성매매 알선과 매매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 공간에서 더 활발하다. 그래서인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성매매를 전면 금지한 나라는 한국과 슬로베니아뿐이다. 26개국은 전면 합법, 6개국은 제한적 합법이다.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는 성매수자는 물론이고 성매매 여성도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특별법’ 위헌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와 달리 성매매를 정식 직업으로 인정하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안 됐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에게 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고상한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이들의 생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