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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이민자의 후손들 한국으로 역이민 러시

해외 이민자의 후손들 한국으로 역이민 러시

Posted January. 24, 2015 07:03,   

무조건 미국에서 변하는 이주 트렌드

지난해 한국 국적을 버린 사람은 한국 국적을 신청한 사람을 크게 웃돌았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적 포기자(국적 이탈상실자)는 1만8279명. 국적 취득(귀화, 국적 회복) 신청자 1만5488명보다 2791명 많았다. 2009년 이후 한국 국적 신청자가 더 많은 것이 추세였다. 2010년 5월 개정 국적법이 적용돼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복수국적이 가능해지면서부터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국적 순유출로 나타나면서 한국 이탈로 추세가 돌아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적을 상실한 사람의 목적지는 미국(1만548명), 캐나다(3332명), 일본(1653명), 호주(1145명) 순이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국적을 왜 버리는지 사유를 적지 않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외공관에 해외이주신고서를 내면서 쓴 이주 형태를 보면 전통적 유형인 연고이주(친인척 소개로 이주) 수는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464명이던 연고이주는 이듬해 536명을 정점으로 301명(2011년), 225명(2012년), 173명(2013년)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취업이주와 사업이주, 기타이주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이주 대상국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출신으로 해외에 살다가 그곳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결심한 사람(현지 이주자)은 미국이 2946명이었다. 반면 일본은 3266명으로 최근 5년 사이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최근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의외의 현상이다. 또 기타로 분류된 국가에서 현지 이주자로 신고한 사람도 1112명으로 200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로 동포들이 뻗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위상 커진 한민족, 조직력은 걸음마

지금까지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의 분포는 특이했다. 미중일러 주변 4강에 전체 재외동포의 대부분(86.3%)이 몰려 있었기 때문. 이들은 식민지배와 냉전의 질곡 속에 못사는 2등 나라, 분단국 출신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1952년 18개국 56만8000명이던 재외동포가 2012년에는 176개국 701만 명으로까지 숫자가 늘었고 사회적 위상도 인적 자원으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올라가고 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국민은 260여만 명인 반면 체류국 국적을 취득한 시민권자는 440여만 명으로 2배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인 정치인 17명이 당선됐으며 김용 세계은행 총재,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국무부 부차관보 등 정관계 진출도 크게 늘었다. 캐서린 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Korean chair)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일본 싱크탱크와 학계에 포진한 한국계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동해 병기법안을 통과시키고 각지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우는 등 한국에 유리하도록 여론을 돌려세운 것도 동포의 힘이었다.

문제는 동포들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대인 로비단체 공공정책협의회(AIPAC)가 짜임새 있는 활동과 압도적인 영향력으로 미국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미국 의회가 움직이면 백악관이 움직이고, 백악관이 나서면 행정부가 변한다며 풀뿌리부터 여론주도층까지 단계별 공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동포들에 대한 정책도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조직법상 재외동포 정책은 외교부 장관이 종합 수립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는 재한()동포가 크게 늘고 있는데도 외교부는 이에 대한 정책 권한이 없다. 총리실 소속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동포정책을 심의조정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법무부(출입국) 고용부(노무) 보건복지부(입양) 선거관리위(재외선거) 병무청(병역) 등으로 업무가 흩어져 있다. 1997년 설립된 재외동포재단을 동포청() 또는 동포위원회로 키우자는 논의도 말만 무성할 뿐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재한동포들

지난해 111월 재외동포 비자(F-4)를 받아 입국한 사람은 32만2833명.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수다. 전년 같은 기간(25만7752명) 대비 125%로 늘었다.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영주(F-5), 방문동거(F-1) 비자를 받아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 국적 재외동포를 모두 합치면 70만1985명에 달한다.

이처럼 재한동포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도 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 중국동포 방문취업제(쿼터 30만 명)를 도입하면서 획기적으로 입국 문호를 넓혔다. 귀화와 재외동포 비자 발급 기준도 완화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동포의 귀화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외국인력 유치를 위해 재외동포의 취업 제한을 추가로 완화하기로 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데 동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당국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은 지금처럼 저출산이 계속되면 2050년에는 군 병력이 현재보다 12만3000명 부족해질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국 체류 동포 86%는 중국 출신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중국 국적 동포는 60만4553명으로 전체 외국 국적 동포의 86%에 달한다. 사실상 대부분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렇지만 중국동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이중적이다. 노동력 부족 상황인 한국 사회는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에서 그들을 필요로 하면서 한편으로는 백안시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오원춘, 박춘봉 등 최근 입길에 오른 살인 사건의 범인이 공교롭게도 조선족으로 밝혀지면서 인식이 더욱 나빠졌다. 김형식 전 서울시의회 의원 살인청부 사건의 주범도 조선족 팽모 씨였다. 조선족 아줌마가 없으면 서울시내 음식점 중 80%는 문 닫아야 한다는 우스개가 무색하게 중국동포의 강력범죄 뉴스가 한번 뜨면 직업소개소에는 조선족은 무서워서 못 쓰겠다. 차라리 돈도 적게 요구하는 동남아나 중동 사람을 보내 달라는 요구가 나온다고 한다.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과거 있었던 중국동포의 페스카마호 사건(선상 반란 살인), 인신매매 소재 영화 등을 거론하며 추방하라, 일자리를 뺏으라 등 폄훼하는 글로 도배되는 게 현실이다.

조선족은 한국 3D 업종에만 종사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한국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해 취업하거나, 석박사 과정으로 진학하기 위해 제3국으로 떠나거나, 한국 경험을 토대로 중국에서 창업을 하는 등 종사하는 업종과 진로 형태가 다양하다. 김봉섭 재외동포재단 교육지원부장은 미국 내 조선족이 10만 명을 웃돌고 일본에도 동북 3성 출신 학생이 5만 명에 육박하는 등 중국동포들의 직업군과 거주지가 여러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미 한민족도 초국경사회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공부하고 생활은 미국에서 하는 순환이주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동포, 의무는 없이 권리만 누린다?

다른 지역 출신들도 중국동포보다 사정이 조금 나을 뿐 비난과 질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적인 것이 병역납세, 정치 참여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다. 할 일(의무)은 하지 않고 혜택(권리)만 누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재미동포인 가수 유승준 씨의 병역 기피 사건이나, 1600억 원대 세금을 부과받았다가 추징 면제된 구리왕 차모 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같은 복지 논란까지 가세했다. 고국이 힘들 땐 외국 생활을 누리다가 선진국 수준에 다다르자 노후 복지혜택을 즐기자는 것 아니냐는 게 비난의 핵심이다. 하지만 재외동포라는 자산의 역량을 끌어내 한국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보면 병역, 납세의 형평성 원칙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국적법상 이중국적인 남성은 만 18세가 되는 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한, 38세까지 국적을 이탈할 수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 태어난 A 씨는 병역 면제가 목적이라면 38세까지 한국에 안 들어오면 된다. 얼마든지 병역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A 씨는 38세 이전에는 미국캐나다 사관학교에 입학하거나 공직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 국적을 포기할 방법이 없고 미국 정부는 이중국적자를 미군이나 공무원으로 뽑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병역 자원이 안 될 A 씨라면 병역을 면제하는 게 낫지 않으냐며 수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모두 기각됐다. 세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중과세 방지 원칙에 따라 거주지에만 세금을 내면 되지만 실제 거주지가 어디냐를 두고 과세 당국과 재외동포 사이의 법정 다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 참여도 대승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에 살면서, 한국을 위해 기여한 것도 없는 사람들에게 왜 투표권을 주느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재외동포는 국적을 초월해 살고 있는 디아스포라 집단이다. 이들은 현지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동시에 모국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해야 하는 이중 목표를 갖고 있다.

임채완 전남대 교수(세계디아스포라학회 회장)는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도 그들에게 한국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모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전형적 네트워크 정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국을 떠난 지 20년이 넘으면 참정권을 제한하는 영국 사례 등을 참고해 제도를 보완할 필요는 있다.

국제관계 석학인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 강연에서 미국이 인구 13억의 중국보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전 세계로부터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결집해 중국 한()족보다 창의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피와 섞여 살면서도 한국의 뿌리를 잊지 않는 재외동포 700만 시대, 한국도 순수성보다 다양성이 창의적인 경쟁력의 토대가 된다는 나이 교수의 말을 곱씹어 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