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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이세돌의 반격

Posted January. 09, 2014 05:56,   

이세돌 9단(31)의 바둑은 치열하다. 그는 내 안에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책 판을 엎어라에 썼다. 자유분방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러면서 날카롭다. 어느 순간 상대의 턱 밑에 붙어 쑥 내미는 검객의 비수를 닮았다.

대국만큼 치열한 게 복기()다. 자신이 진 바둑은 의문이 풀릴 때까지 복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이 둔 바둑이 아니라도 결승전 최종국 복기현장에서 종종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새해 벽두인 2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4층 본선 대국실에서 열린 제57기 국수전 도전5번기 제2국에서 조한승 9단(32)에게 진 뒤 이뤄진 복기가 그랬다. 1국에 이은 연패여서였을까. 복기 시간이 1시간 반이 넘었다. 웬만한 속기라면 한 판이 끝날 시간이다.

국수전은 국내 유일의 제한시간 3시간인 장고바둑이라 오전 10시부터 시작했지만 이세돌이 패배를 인정한 것은 6시간이 지난 오후 4시 반이었다. 그 뒤 둘은 계시원마저 사라진 텅 빈 본선 대국실에서 바둑판에 돌을 놓았다가 내리기를 되풀이했다. 바둑 판 위에 수십 개의 참고도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이세돌은 장면마다 형, 이렇게 두면 어떻게 돼 이렇게 두면 내가 좋은 게 아닌가라며 납득할 때까지 묻고 또 물었다. 때로는 스스로 자책도 했다. 이게, 패착이네. 이게 잘못됐네. 그러면 어떻게 뒀어야 하지?.

1시간쯤 지난 뒤 랭킹 1위 박정환 9단과 2위 김지석 9단도 방에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판의 해부가 이뤄졌다. 프로기사도 복기 때 가장 많이 배운다고 한다.

그 뒤 닷새 만인 7일 오전 10시. 이세돌은 벼랑 끝에 배수의 진을 치고 국수전 도전3국에 임했다. 흑을 쥔 이세돌은 초반 실리작전을 폈다. 우상귀에서 실리를 잔뜩 차지한 뒤 중앙 백 진영에 뛰어들어 타개에 승부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이세돌은 우하귀 대마를 내줬지만 대세를 잡으며 앞서가 승리를 이끌어냈다. 252수 만에 흑 6집반 승.

송태곤 9단은 이세돌 9단이 요즘 주춤한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 대국은 예전의 완벽한 대국 운영 솜씨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제 이세돌은 귀중한 1승을 챙겨 국수를 향한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세돌은 2007, 2008년 국수위를 2연패한 바 있다. 도전 4, 5국은 13, 15일 열린다. 국수전은 기아자동차에서 후원한다. 우승상금은 4500만 원.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