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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S 5000억원 프로젝트 우리가 주물러요

Posted October. 30, 20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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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사업에 대한 한국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3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의 공식 회담장.

당초 러시아어를 사용하기로 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돌연 모국어(우크라이나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통역을 맡은 정일령 현대종합상사 대리(32)는 당황했다. 러시아어는 능통하지만 우크라이나어는 서툴렀기 때문이다.

당시 정 회장의 발언을 러시아어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정 씨의 아내인 카롤리나 미하일로바 씨(27)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는 대신 통역에 나섰다. 그녀는 당시 남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보고 위기 상황을 바로 알아챘다고 말했다.

대형 프로젝트 다루는 다문화 부부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는 이들 부부는 요즘 현대종합상사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적지 않은 외국인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지만 한국인 남편과 우크라이나 출신 아내가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업무를 하면서 함께 보내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 부부가 함께 일하게 된 것은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관련 업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 씨가 아내에게 번역 및 현지 파트너와의 연락을 부탁했고 회사 측도 아내인 미하일로바 씨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CIS 국가들은 이 회사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현대종합상사 측은 이 국가들은 오일머니와 외부에서 들여온 차관으로 돈이 넘치는 데다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교체해야 할 시점이라 교역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회사 측의 제안으로 미하일로바 씨는 지난해 4월 입사해 남편과 함께 5000억 원에 이르는 철도차량 수출 및 관리를 맡고 있다.

이 부부가 처음 만난 건 2003년 봄. 당시 미하일로바 씨가 한국어를 전공하기 위해 정 씨가 다니던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국립외국어대에 입학하면서다. 정 씨는 2000년에 우크라이나로 건너가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2006년부터 정 씨가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미하일로바 씨는 서강대 한국어학당을 다니며 만남을 이어갔다. 결국 7년간의 연애 끝에 2009년 9월 결혼에 골인했다.

한국식 조직문화에 당황하기도

차장님이 계약서 내용을 더 잘 아시잖아요. 게다가 월급도 더 많이 받으시고요.

지난해 6월 입사한 지 2개월이 갓 지난 미하일로바 씨는 직장 상사가 계약서를 검토해보라며 서류를 건네자 이렇게 말했다. 옆 자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정 씨는 아내에게 얼른 서류를 받으라고 눈치를 줬다. 정 씨는 아내는 지시받은 업무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거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하일로바 씨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조직원 간에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한국에서는 직장 상사가 지시를 하면 일단은 알겠다고 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며 웃었다.

한국말로 사랑해보다 러시아어로 같은 의미인 야 류블류 테뱌가 더 서로에게 와 닿는다는 부부. 이들은 향후 우크라이나에 회사의 법인이 생기면 함께 일하면서 지금보다 큰 프로젝트를 맡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