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새로운 당 지도부가 종전과 같이 계파별 나눠 먹기식으로 구성되는 것과, 당을 해체하는 역할을 맡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핵심 의원은 12일 위의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박 전 대표가 나서지 않겠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 진영의 가장 큰 숙제는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당내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계파 대표주자가 등장할 수 있는 전당대회 대신 비대위를 선택하고, 비대위의 성격을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단일지도체제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당헌, 당규를 보완하는 작업을 전국위원회에서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다.
그러나 일부 친박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공천권을 줘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당내 논란이 공천권으로 번지자 친박 진영에서는 상당히 난감해하고 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가 국민을 속이며 사적으로 공천권을 남용하는 게 상상이나 되는가라며 다만 총선을 지휘하려면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갖출 권한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비대위가 구성된다면 누구와 함께 비대위를 끌고 갈지가 박 전 대표의 역량을 보여줄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친박 인사는 모두 빠지고 당내외 중립적 인사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도 박근혜 중심의 비대위 구성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그 내막에는 박 전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과 동시에 박 전 대표가 총선 과정이나 결과에 따라 타격을 입을 경우 다른 비박 대선 주자들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속내가 포함돼 있다.
물론 비박 진영에서도 계파와 지역별로 주안점이 조금씩 다르다.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두운 수도권 중심의 쇄신파와 친이계는 한나라당을 버리고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있고, 영남 친이계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더 우세한 편이다. 수도권 의원들은 본선이, 영남 의원들은 공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쇄신파의 경우 박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은 작은 대신 한나라당 및 이명박 대통령과 확실한 이별 선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친이계는 외부세력과의 통합 및 신당 창당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독식을 견제하는 돌파구를 찾으려는 생각이 강하다. 겉으로는 모두 계파 타파를 외치고 있지만 향후 총선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동정민 ditt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