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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은 성난 민심 뿌리까지 알고 있나

[사설] 대통령은 성난 민심 뿌리까지 알고 있나

Posted October. 29, 201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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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사퇴 논란으로 여권 내부가 어수선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 실장을 당분간 유임시키고 먼저 민심수습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임 실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여권 내부에선 향후 정치적 입지를 노린 치열한 파워게임이 벌어졌다. 837만 서울시 유권자가 보낸 냉엄한 경고를 벌써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어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한숨만 쏟아졌다.

임 실장의 유임으로 결론이 났지만 후임자로 거론되던 면면도 대부분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다. 이 대통령의 인재 풀이 우물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최근 정부 기관 인사도 그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임기 후반에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임기 초반 고소영 내각으로 시작한 제 식구 챙기기 인사가 바뀌지 않으면 민심수습은 공허하다.

비정규직 근로자 6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34.2% 수준이다. 비정규직 대졸 이상 학력자 비율은 지난해(29.5%)보다 1.5% 포인트 늘어난 31%였다. 중산층 비중도 1990년대에 100가구 중 75가구 정도였으나 최근에 66, 67가구로 줄어들었다. 대신 빈곤층은 작년에 처음 300만 가구를 넘어섰고 그 비율은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6%)보다 2배 높아진 것이다. 요즘 2040대의 마음은 지쳐 있고 미래는 답답하다. 이들의 실망과 분노가 표심()으로 분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비주류로 출발했지만 샐러리맨 성공 신화로 변화와 경제 살리기의 시대정신을 움켜쥐었다. 2007년 대선에서 2040대가 한나라당을 선택한 결정적 동인()이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성공시대를 선포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성과물은 거의 없었다. 요즘 2040대 사이에서 이구백(20대 90%는 백수) 메뚜기 인턴(취업을 못하고 인턴만 옮겨 다니는 신세)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자) 같은 자조적인 유행어가 나도는 것을 이 정권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전세대란으로 답답해하는 2040대는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을 지켜보며 억장이 무너졌다. 젊은 명퇴자와 대졸백수들은 권력의 낙하산 인사에 불공정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40대의 분노에 깔린 저류를 잘 읽어야 한다.

임기 말로 갈수록 대통령 주변에 측근 인사들의 장막이 두터워지게 마련이다. 청와대에서 민심과 어깃장을 놓는 결정이 나오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2040대 가 분노하는 원인을 느끼는 것이 민심수습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