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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도 못막은 한류 사랑

Posted July. 01, 2011 03:12,   

日本語

어쩐지 오늘도 비가 올 것 같았어요.(마쓰모토 기미코41일본 시즈오카)

용하의 날이다 보니 어김없이 비가 내리는군요.(김재형 요나엔터테인먼트 본부장)

그가 떠나던 날처럼 비가 내렸다. 꼭 1년 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류스타 박용하를 일본 팬들은 아메오토코()라고 불렀다. 그가 나오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30일 고인의 1주기 추모제가 열린 경기 파주시 약천사. 이른 아침부터 퍼붓는 빗속에 고인의 위패가 있는 이곳에서 열린 추모제는 1인당 7만9만엔(93만1000원119만7000원)씩을 들여 전날 한국을 찾은 일본 팬 1500여 명도 함께했다.

오전 8시 약천사 경내에 파란 방수포를 깔고 줄지어 놓은 플라스틱 의자 1350개가 금방 찼다. 의자에 앉지 못한 팬들은 본당 안에 깔아놓은 200여 개의 방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금불상 앞에는 150cm 높이의 대형 영정과 분향소가 마련됐고 정면 스크린에는 고인의 생전 영상이 흘렀다. 절 주변에는 고인의 한자 이름()을 따서 이름 지은 팬클럽 서머 페이스 저팬 회원들이 타고 온 버스 30여 대와 까만 모범택시 수십 대가 늘어서 있었다.

겨울연가를 보고 처음 용하 씨를 알았습니다. 노래와 연기를 보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죠. 지금 떠올려도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일본 요코하마에서 온 다케유치 히로코 씨(38)는 금세 코와 눈이 빨개졌다. 그는 경내에 울려 퍼지는 고인의 일본 발표곡 원 러브와 스타스를 따라 부르며 간간이 손가락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경내를 메운 팬들은 대부분 그처럼 검은 옷에 흰 우비를 입고 있었다. 고인의 사진이 찍힌 검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오전 9시 20분경 고인의 가족에 이어 팬들의 분향이 시작됐다. 흰 우비를 입은 사람들이 조용히 계단 앞에 줄을 섰다. 팬들은 비가 쏟아지면 옆 사람과 함께 우산을 쓰거나 우산을 절반만 펴서 머리만 가린 채 순서를 기다렸다. 향을 피우고 고인의 사진을 보면서 합장한 뒤 분향소에서 내려온 이들은 눈물을 터뜨리거나 자리로 돌아와 눈을 감았다.

궂은 날씨에 휠체어를 타고 분향소에 오른 이도 있었다. 분향하면서 용하 씨에게 일본인들이 당신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어요라고 마음속으로 말했죠. 일본 기후 현에서 온 요오이 가쓰코 씨(71)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그는 용하짱 덕에 기쁨을 얻었고,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분향소 앞에는 일본 팬들이 보내온 화환들이 늘어서 있었다. 화환에는 365일만큼 가까워진 우리 사랑해요 하늘에 빛나는 영원한 별이 되어라 등의 문구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분향이 끝나고 잠시 비가 그쳤을 때 고인의 친구 배우 박광현이 애도의 편지를 낭독했다. 용하야 잘 지내고 있니. 아프진 않니. 춥진 않니. 믿을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기쁨도 같이 나누고 슬픔도 같이 나누며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일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다. 고맙고 사랑한다.

편지 낭독이 끝나자 다시 비가 내렸고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날 추모제는 오후 2시 고인의 유골이 안장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메모리얼 파크를 찾아 헌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일본 팬들도 주최 측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친 뒤 이동해 헌화에 참여했다.

1994년 MBC 테마게임으로 데뷔한 고인은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해 일본에서 한류스타로 발돋움한 뒤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갖는 등 주로 가수로 활동해 왔다. 일본에서는 3월부터 이달 7일까지 도쿄와 니가타를 포함해 9개 도시에서 고인의 생전 공연 모습을 상영하는 콘서트 박용하 FILMS 20042010-위 러브 용하가 열리는 등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강은지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