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북 영주시 장수면 갈산1리. 마을 인근에 들어서자 곧바로 입과 코를 막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마을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 구제역 파동 때 가축을 묻은 매몰지 3곳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1만3000여 마리에 달한다.
이칠호 갈산1리 이장은 최근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면서 악취가 더 심해졌다며 본격적인 여름철이 오고 비가 내리면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2차 환경오염 빨간불
동아일보가 6, 7일 전국 곳곳의 구제역 매몰지 현장을 취재한 결과 여름철을 앞두고 침출수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이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에서는 비가 내린 뒤 지하수에서 악취와 비린내가 난다는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다. 구제역 매몰지에서 불과 100여 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매몰지 소독 처리 후 지하수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면사무소에 신고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식수를 사다 먹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구제역 매몰지 내부에서는 침출수 발생분해 가스 발생사체 분해 과정이 진행된다. 이 중 침출수는 매몰 3개월째 양이 가장 많아진다. 500600kg짜리 소 한 마리의 경우 매몰 1주일 후 침출수 약 80L가 나오지만 2개월 후 160L로 늘어난다는 것. 이에 따라 날씨가 더워지면서 부패가 심해져 땅에 묻힌 소돼지 사체의 침출수가 극대화되는 시점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 7월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집중호우로 매몰지 붕괴 우려
충북 진천군 문백면 사곡리 일대 야산에는 1월 150여 마리의 소와 염소가 매몰됐다. 이곳은 7일 현재 파란색과 흰색 비닐이 겹겹이 쌓인 매몰지 경사면 아래와 논 둑 사이에 파인 도랑에는 침출수로 보이는 고인 물과 그 위에 뜬 기름띠가 흥건하게 보였다. 주변에는 사체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이는 파리 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산비탈 경사면에 위치한 인근 이월면 옥성리 구제역 매몰지는 장마 시 폭우로 매몰지가 유실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이 두 곳을 포함해 진천군 내 매몰지 3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가축 사체가 부패할 때 나오는 단백질과 펩타이드 등이 침출수 기준치보다 높게 나왔다. 이른바 2차 환경오염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올 초 7300여 마리를 묻은 경남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 대리마을 인근 매몰지는 최근 보강공사를 다시 해야 했다. 매몰 당시 5m 아래에 돼지를 묻은 후 흙으로 메우고 다시 비닐로 덮고 마지막으로 돌덩이와 흙으로 비닐이 날아가지 않도록 덮었다. 또 돼지 사체에서 뿜어 나오는 가스를 빼내는 플라스틱 배출구 10개와 침출수를 인공적으로 뽑아내는 유공관을 흙더미 위로 빼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몇 차례 흘러나와 보강공사를 한 것. 이 마을은 원래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최근부터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다.
반면 1월 구제역 돼지 1630마리를 매몰한 후 핏물이 흘러나와 논란이 된 강원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는 미리 홍역을 치른 탓인지 6개월이 지난 현재 깔끔하게 보강공사가 이뤄졌다. 이곳은 당시 도살처분 과정에서 넣은 생석회가 돼지 사체와 섞이면서 부풀어 올라 핏물이 유출됐고 매몰지에서 10m가량 떨어진 도로 수십 m를 온통 핏빛으로 물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돌로 차수벽을 쌓고, 쌓은 돌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철망으로 고정시키는 등 철저히 준비해둔 상태. 또 매몰지 위를 비닐로 여러 겹 덮어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했다. 유해가스 배출을 위한 가스관은 틈새마다 테이프를 동여매 거의 악취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오경석 충북지역 구제역매몰지 시민조사단 간사는 구제역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되면 지하수와 토양오염은 물론이고 농경지와 하천, 농업용 관개수로까지 유입될 수 있다며 장마와 무더위를 앞두고 전국의 매몰지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와 개선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