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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은 눈감은 내 집앞 눈 치우기 (일)

아파트 주민은 눈감은 내 집앞 눈 치우기 (일)

Posted December. 29, 201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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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가까운 폭설이 내린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 1단지에는 눈이 그친 지 4시간이 지나도록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바로 옆 이면도로에 쌓인 눈이 깨끗하게 치워진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아파트 단지 내 쌓인 눈을 치운 사람은 대부분 60대인 경비원 10여 명. 전동 휠체어를 타고 눈밭을 지나가던 주민 이석만 씨(87)는 몇 안 되는 경비원들만 눈을 치우니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며 아파트 주민들이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운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많은 눈이 내리자 서울시는 공무원 5000여 명과 차량 900여 대 등을 동원해 제설작업에 나서 주요 도로에 제설재 3800여 t을 뿌렸다. 이 때문에 큰길은 통행에 큰 불편이 없었으나 골목길 등에는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오전 4시 40분경 서울 관악구 서원동 양지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3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는 등 곳곳에서 눈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주민들 나몰라라

서울시가 집 앞에 쌓인 눈을 주인이 직접 치우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2006년 제정한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제빙에 관한 조례가 시행 4년이 지나도록 정착되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9단지도 발이 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다. 삽으로 얼어붙은 눈을 긁어내던 이 아파트 경비원 이석효 씨(58)는 매번 눈이 오면 경비원들만 눈을 치우러 나선다며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는 아파트에서는 소용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민들은 여러 가구가 같이 사는 아파트에서 내 집 앞이라는 기준 자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눈을 치워야겠다는 동기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목동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가구별로 눈 치우는 담당 구역이 나눠져 있는 것도 아닌데 누가 자발적으로 나서려 하겠느냐며 내 집 앞 눈치우기 조례를 다가구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골목은 내가 치워야죠

단독주택이나 가게가 밀집한 골목에서는 주민들과 상인들이 각각 집 앞이나 가게 앞 눈을 치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김나래 씨(27)는 눈 때문에 평소보다 늦게 가게에 나왔는데, 옆 집 가게 주인이 우리 가게 앞 눈까지 치워줬다며 고마워했다. 이해훈 씨(74)는 가게에 어린이들이 자주 오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게 눈을 쓸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양천구 오목로 골목에서는 주택이나 가게 앞에서 밀어낸 눈이 곳곳에 산처럼 쌓여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일정 수준의 폭설이 내렸을 때는 집 앞 눈 치우는 것에 어느 정도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자기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으면 최고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던 정부 방침이 일단 백지화됐다. 소방방재청은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시민의식을 볼 때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방안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원주 이동영 takeoff@donga.com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