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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 vs 생명권 논란 재연 (일)

Posted December. 13, 20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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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을 금기시하는 여호와의 증인의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는 부모의 반대로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생후 2개월의 영아가 수술도 받지 못한 채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12일 경찰 및 병원 등에 따르면 대동맥과 폐동맥이 모두 우심실로 연결되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던 생후 2개월의 이모 양이 10월 서울의 A 대학병원에 입원하고도 부모의 반대로 제때 수술 치료를 받지 못해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을 놓고 신생아의 생명권을 저버린 비정한 부모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종교적 신념이란 게 과연 무엇인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이 양은 A병원으로 옮기기 전 서울아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수혈이 필요한 폰탄 수술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부모는 종교적 이유로 수술을 반대했다. 병원은 폰탄 수술의 1단계인 노르우드 수술의 환자 회복 가능성이 무수혈 방법으로 하면 5% 미만이지만 수혈 방법으로 했을 때에는 3050%라고 봤다. 또 폰탄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이 양의 생존 가능 기간이 최대 36개월 정도이며 그 전에 생명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양의 부모는 폰탄 수술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믿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 수술에 동반되는 수혈은 안 된다며 막아섰다.

급기야 서울아산병원은 10월경 이례적으로 의료진, 윤리학 박사, 법률고문 등이 참석한 윤리위원회를 열고 이 씨 부부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진료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자녀의 생명과 신체의 유지발전에 저해되는 친권자의 의사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의료인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에 기초해 의사 표현능력이 없는 자녀의 진료행위에 대해 의사를 추정한 뒤 제한적이고 필수적인 범위에 한해 필요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 씨 부부는 법원의 판단마저도 받아들이지 않고 이 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A 병원으로 딸을 옮겨 결국 이 양은 숨졌다.

부모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생후 2개월 된 영아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종교적 자유와 생명권의 충돌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학계에서는 종교적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한 헌법 20조 1항을 근거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이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누구에게나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종교적 자유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는 영아의 생명권이 충돌하면 종교적 자유는 헌법 37조 2항의 제한을 받는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장관석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