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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반국가단체로만 볼수없다 박시환 대법관 소수의견 파장 (일)

북, 반국가단체로만 볼수없다 박시환 대법관 소수의견 파장 (일)

Posted November. 23, 20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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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환 대법관(사진)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북공동실천연대 집행위원 김모 씨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법원이 (북한을 무조건 반국가단체로 인정하는) 기존 판례를 탈피하지 않으면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법원 스스로 재심판결로 뒤집는 치욕스러운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의견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대법원에 따르면 박 대법관은 7월 23일 김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지금이라도 국가보안법의 해석, 사상과 표현의 자유 제한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이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다시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서거나 공안담당기관이 권한을 남용해 국보법을 방만하게 적용할 경우 과거 인민혁명당 사건이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전례처럼 대법원 확정판결을 재심을 통해 무효화하는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법관은 북한이 실질적으로 국가와 다름없는 체제와 구조를 갖추고 대한민국 역시 북한을 여느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상대하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북한을 대한민국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단체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폈다. 또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해도 특정 사건에서 북한이 반국가단체인지는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실천연대 사건은 당시 이적표현물 소지 사실만 입증되면 이적행위 목적이 있다고 인정해온 기존 판례를 이적행위 목적의 입증 책임을 검사에게 지우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넘겨진 상태였다. 하지만 박 대법관이 재판의 쟁점과는 무관한 재심 무효화와 북한 반국가단체 불가 주장을 펴면서 대법관들 사이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이용훈 대법원장까지 나서 말렸지만 박 대법관은 끝내 뜻을 꺾지 않았고 결국 북한을 무조건 반국가단체로만 볼 수 없으므로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데 반대한다는 소수의견을 판결문에 포함시켰다.

이에 양승태 김능환 차한성 민일영 대법관이 판결문에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에 대한 보충의견을 통해 박 대법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양 대법관 등은 (박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이번 판결이 가지는 (이적행위 목적 추정 금지라는) 의의에 합당한 관심을 두지 않고 국보법과 관련해 확립된 대법원 판례를 이 판결에서 비난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적었다.

법조계 내에서는 박 대법관의 의견에 대해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라는 역사적으로 검증된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일방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부정적 견해가 많다. 진보적 성향의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대법관이 현재 일어나지도 않은 일(재심이나 그에 따른 무효화)까지 언급하며 기존 판례를 비판한 것은 법조인으로서 합리적인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성철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