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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파워에 각국 경제 요동친다

Posted August. 23, 20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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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규모 면에서 일본을 제치고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세계 자산시장을 주무르자 각국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경기 둔화로 비틀거리는 사이 중국은 일본과 한국 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금 보유량, 원자재 관련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늘리는 등 포효하고 있다. 해외투자자들은 세계 경제의 큰손인 중국의 투자 방향을 따라 일제히 움직임으로써 중국이 세계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뜨자 국채 금리, 금값 요동

중국이 최근 손을 뻗치는 분야는 국채, 금, 원자재 분야 기업, 고액 미술품, 부동산 등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미국 국채를 팔고 일본과 한국 국채를 대거 사들이는 점이 주된 변화다. 특히 한국 국채는 빠른 경제 회복으로 외국인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매수 강도가 높아져 국고채 금리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완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탈동조화(디커플링)가 일어나고 있다. 20일 한국 채권시장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1%포인트 떨어진 연 4.13%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저치다.

최근 일본에서 엔고()의 고통이 심한 것도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엔화 가치가 높아 수출이 안 되는데 중국이 일본 국채를 사들이면서 엔화 수요 증가에 따른 엔고가 계속되고 있어 일본 정책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으로 떠오른 금 보유량도 중국의 주머니로 쏠리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2000년 1분기(13월) 395t에 불과했던 중국의 금 보유량은 10년 만인 2010년 1분기 현재 약 3배로 불어난 1054t에 이른다. 이에 따라 최근 금값 인상이 중국의 금 매입 증가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원자재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은 더 공격적이다. 3분기 현재 중국의 소재에너지 분야 M&A 비율은 22%로 5년 전 같은 기간 9%에 비해 훌쩍 뛰었다. 고가의 미술품 거래액 가운데 중국의 비중도 2008년 7%에서 1년 만에 17%로 급증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이사는 최근 중국 경매회사에서 거래가 잘돼 고급 미술품이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전했다.

해외 부동산에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투자공사(CIC)가 미국 하버드대의 미국 부동산펀드 지분을 5억 달러에 매입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 미국 부동산을 매입할 최적기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 독립선언

중국의 움직임은 위험 분산을 위해 자산을 다변화하겠다는 취지뿐만 아니라 또 다른 경제대국 미국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긴장과 협력을 반복하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대응 카드라는 얘기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과 불공정 무역 문제제기 등으로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압력이 고조될 때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다변화에 대한 보도가 나오는 점에 비춰볼 때 외환보유액 다변화는 단순히 위험 분산 취지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의 국제화가 미국 달러에 대한 독립 선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거래하는 분야를 넓혀 달러가 유동성 위기를 겪어도 안정적으로 국제 거래를 이어가려는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17일 위안화 국제화의 일환으로 외국 중앙은행을 포함한 외국 금융회사의 자국 채권시장 투자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회사나 중국과 거래하는 수출입 회사는 무역결제로 들어온 위안화를 다시 중국 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어 국제 자본거래 유동성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외국 중앙은행과 적극적인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금융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싱가포르 등과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는 건 앞으로 달러 유동성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방향성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